걸프전처럼… 英 여왕 코로나 연설 "우리는 이길 것이다"

입력 2020-04-06 05:41   수정 2020-07-05 00:02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사진)이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며 “아직 버텨야 할 시간이 남아 있지만 더 좋은 날이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여왕은 5일(현지시간) 오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국민 특별담화를 발표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대국민 특별담화를 내놓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952년 즉위한 여왕은 1991년 걸프전 개전 당시, 1997년 며느리인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장례식 직전, 2002년 모친인 왕대비(엘리자베스 보우스라이언 왕비) 별세 당시, 2012년 즉위 60주년 등 네 차례만 특별 담화를 발표했다.

올해 93세인 여왕은 이번 대국민 특별 연설을 남편 필립공과 함께 머무는 런던 인근 윈저궁에서 사전 녹화했다. BBC는 여왕의 연설을 촬영한 카메라맨 등은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완비하고 여왕과 멀리 떨어져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촬영했다고 전했다.

여왕은 “우리는 이전에도 도전을 해 본 적이 있지만 이번은 다르다”며 “전세계 모든 국가들과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우리는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왕은 코로나19로 사람들과 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을 제 2차 세계대전 동안 겪었던 경험과 비교했다.

여왕은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아픈 이별”이라며 “2차 세계대전 때처럼 우리는 그것이 옳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왕은 이어 “우리는 다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성공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왕은 “모든 사람이 이 도전에 응전한 방식에 대해 나중에 자부심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며 “후세는 우리가 매우 강인했다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왕실에서는 여왕의 장남이자 왕위계승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를 하다가 회복됐다.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에 들어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총리실은 존슨 총리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열흘이 지나도록 증세가 사라지지 않아 예방 차원에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발표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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