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병 디알젬 대표(사진)는 6일 “지난 2월부터 해외에서 엑스레이 촬영기기 주문이 열 배가량 폭증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주요 증상인 폐렴 발병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엑스레이 촬영기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 3대 의료용 엑스레이 촬영기기 제조업체인 디알젬은 올 매출 목표를 740억원으로 잡았는데 상반기에 조기 달성이 유력하다. 박 대표는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해외영업 부문은 이미 올해 목표 수주량을 채웠다”고 설명했다. 디알젬은 2017년 493억원, 2018년 566억원, 지난해 601억원의 매출을 내며 성장해왔다.
디지털 엑스레이 연구로 경북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박 대표는 2003년 디알젬을 설립하고 해외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부품 국산화, 중국 업체와의 기술 교류 등을 통해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내놓으면서도 이용자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했던 점이 먹혀들었다. 박 대표는 “‘제품을 써보고 맘에 안 들면 원하는 업체의 부품으로 제품을 바꿔주겠다’고 약속하며 해외 바이어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시에 있는 디알젬 공장은 전시 상황과 다름없다. 이 공장에선 지난해 2600여 대의 엑스레이 촬영기기를 생산했다. 월 200대가량을 제조한 셈이다. 이달에는 주문 물량이 1000대에 달한다. 대형 병원에 주로 설치하는 고정형 촬영기기가 아니라 이동형 장비 주문이 대부분이다. 폐렴 진단을 위한 해외 중소형 병원의 주문이 많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에 있는 글로벌 업체들의 공장 가동이 어려워진 점도 주문 증가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디알젬은 주문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에서 새로운 부품 조달처를 확보하고 일부 공정을 아웃소싱으로 전환했다. 고정형 촬영기기 일부는 설계를 수정해 바퀴가 달린 이동형 제품으로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디알젬 2대 주주인 일본 후지필름의 자회사가 개발한 신종플루 치료제 아비간과 관련해선 “제약사업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디알젬은 올해 구미 공장 인근에 새 공장 부지를 매입해 증설에 나설 계획이다. 박 대표는 “의료기기업체로서 엑스레이 촬영기기 개발과 생산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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