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에 신규 자본을 투입할 수 없다"
쌍용차 모기업인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마힌드라)가 내린 결정의 진의를 두고 엇갈리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산업은행 압박을 위한 벼랑 끝 전술이라는 평가와 쌍용차를 사실상 포기했다는 해석이 분분하다.
마힌드라는 지난 3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특별 이사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자본 배분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쌍용차에 3년간 5000억원을 투입하는 안도 검토됐다. 이사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었고 인도의 경우 전면 봉쇄하는 유래없는 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 쌍용차에 신규 투자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불어 향후 3개월 동안 최대 400억원의 일회성 특별 자금을 지급해 쌍용차가 대안을 모색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
앞서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대한 지원 의지를 강조해왔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올해 1월 한국을 방문해 23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고엔카 사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자금 지원 방안도 논의했다. 쌍용차가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3년간 5000억원이 필요하며, 마힌드라와 쌍용차가 3300억원을 마련할 테니 나머지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것이 골자였다.
고엔카 사장이 지원을 약속하고 세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쌍용차에 대한 신규 투자 계획이 철회됐다. 마힌드라는 400억원 지원금과 함께 마힌드라의 신규 플랫폼 공유, 자재비 절감 프로그램 지속 운영, 쌍용차 경영진의 새 투자자 모색 지원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마힌드라는 "9년간 원활하게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협력해준 노조의 노고에 감사한다"며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총선 앞둔 정부 개입 유도, 벼랑 끝 전술?
이에 쌍용차는 "비 핵심 자산 매각을 비롯한 다양한 현금확보 방안을 통해 단기 유동성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하겠다"며 "회사 성장과 고용안정이라는 목표를 위한 경영쇄신 작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400억원을 투입하는 것 역시 쌍용차와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해석했다.
마힌드라의 변심을 두고 우선 벼랑 끝 전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쌍용차는 당장 7월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 9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부도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오랜기간 이어진 적자로 재무 상황도 나빠졌다. 쌍용차의 감사인 삼정회계법인은 작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쌍용차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이 제공하는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쌍용차의 부채는 지난해 1조6160억원으로 증가했고 자본잠식률도 46.2%에 달했다. 자본잠식률이 50%를 웃돌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80% 이상은 상장폐지 대상까지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쌍용차 임직원은 5040여명이다.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수만 명의 직장이 걸렸다. 정부와 정치권이 쌍용차를 방치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월 고엔카 사장이 방한했을 당시 투자가 곧 결정될 것처럼 하다가 2월에는 3월 말까지 하겠다고 미룬 점도 이러한 근거가 된다. 4월 총선을 염두에 두고 한국의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했다는 것이다.
◇ 산업은행 추가 지원은…쌍용차 진짜 포기?
반대로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사실상 포기했다는 분석도 있다. 2016년부터 인도 경제가 둔화되며 자동차 시장도 위축됐다. 올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됐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마힌드라의 실적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마힌드라의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월 -13%, 2월 -56%로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3월은 3171대 판매에 그치며 지난해 3월의 2만5982대에 비해 88% 급감한 실적을 기록했다. 쌍용차를 지원할 여력이 부족해진 셈이다.
현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의 추가 지원이 쉽지 않다는 점도 마힌드라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산업은행은 한국GM에는 추가 대출을 해준 바 있지만, GM의 대규모 투자와 더불어 산업은행이 한국GM의 2대 주주였던 덕에 가능한 조치였다.
산업은행은 1900억원 규모의 쌍용차 채권을 보유한 채권자다. 산업은행은 올해 이미 수출입은행과 함께 두산중공업에 1조원 규모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만큼 추가적인 대출을 시행할 여력도 마땅치 않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편 이와 관련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공개서한을 통해 "(산은 등) 채권단이 쌍용차의 경영쇄신 노력, 자금사정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해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분이 있는지 협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마힌드라가 400억원 지원과 신규 투자자 모색 지원 계획을 밝혔고 쌍용차도 경영정상화를 위한 쇄신 노력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며 "주주와 노사가 합심해 정상화 해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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