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이 6일 기자들에게 이렇게 시작하는 아홉 쪽 분량의 편지를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시장과 기업의 ‘위기’를 경고하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은 위원장은 “‘O월 위기설’ ‘발등의 불’ ‘OO기업 자금난’ 같은 표현은 정부를 정신 차리게 한다”면서도 “시장 불안이 커지고 기업이 더욱 곤란해지는 부분이 우려된다”고 했다.
은 위원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업자금 위기설은 “사실에 근거한 주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그는 “과거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위기설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으나 지나고 보면 과장된 것이었다”며 “일시적 유동성 문제로 인한 기업 도산은 막겠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했다.
금융위원회가 대기업 지원과 관련해 ‘자구노력 우선’을 강조한 것이 ‘반기업정서 편승’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은 위원장은 “대기업을 배제하려는 취지가 아니다”며 “1차적으로 은행과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을 권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기업 지원 프로그램도 대기업의 자구노력을 요구했다”며 “필요하다면 대기업이 부담하는 방식과 범위 등은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올 1분기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 순증액은 61조7000억원으로 1년 전(46조1000억원)보다 34% 급증했다. 이에 대해 은 위원장은 “기업이 총체적 자금 부족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기업의 자금 수요가 늘어난 동시에 금융권이 대출을 적극적으로 공급한 측면도 있다는 설명이다. 대규모 기업 지원이 금융회사 건전성에 부담을 줄 것이란 지적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현재는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항공업 긴급 지원 방안은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은 위원장은 “정부도 항공업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며 “업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아 금융지원과 함께 자본확충, 경영개선 등 종합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