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투어 입성이 글로벌 투어 진출만큼이나 어렵다’는 한국 투어를 온전히 실력으로 뚫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 2017년 외국 국적 선수에게 시드 획득 기회를 주는 인터내셔널 퀄리파잉 토너먼트로 국내 무대를 ‘노크’했다. 2018년과 지난해 2부 투어에서 뛰며 실력을 쌓았고 지난해 4월 KLPGA 드림투어 3차전에선 대만 선수로는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결국 국내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생존하며 정규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첸유주는 “일본 투어도 있었지만 한국 투어가 훨씬 더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대만 투어는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 같은 분위기’라면 한국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실력자를 키우고 골라내는 변별성이 뚜렷하다는 얘기다.
그는 자신을 ‘역경지수(AQ: adversity quotient)’가 높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목표를 성취하는 한국 선수들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눈물 젖은 빵’이라는 말의 의미도 잘알고 있다.
아버지는 공장 생산직으로 일한다. 골프도 어렵게 시작했다. 대만도 한국처럼 골프 선수로 크려면 적잖은 돈이 들어간다. 라운드 비용이 한국과 비슷하다. 농구에 재능을 보인 열두 살 딸에게 골프를 권한 아버지는 2년 뒤 “더 이상 도와주기 힘드니 스스로 골프를 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첸유주는 “집이 어려워지면서 부모님이 더 이상 도와주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돈을 벌어야 했고 그러려면 일찍 프로 데뷔를 해야 했다. 남들보다 이른 17세 때 프로 턴을 한 이유”라고 했다.
대만과 중국을 거쳐 한국에 둥지를 틀었지만 적응이 쉽지 않았다. 지낼 곳이 없어 숙박공유사이트 앱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지냈다. 지방 대회는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대회 때 숙소를 잘못 잡아 캐디백을 들고 한 시간을 걸어다니며 손짓과 발짓으로 빈방을 찾아다닌 적도 있다. 덕분에 전국 고속버스 노선은 한국 선수들보다 더 훤하다. “한국 음식을 다 좋아한다”는 그는 최근엔 산낙지 먹는 법도 ‘배웠다’고 했다.
첸유주는 “어릴 때부터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던 습관이 있어서인지 혼자 돌아다니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며 “지금은 다 좋은 추억인 것 같다”고 했다.
마침내 꽃이 폈다. 지난 1월 KLPGA투어 휴식기에 대만에서 열린 대만여자프로골프(TLPGA) 히타치레이디스클래식에서 우승하며 물오른 실력을 뽐냈다. 우승상금은 250만대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원이다. 우승상금으로 얼마 전 한국에 전셋집도 마련했다. 그는 “(원룸 사이즈의) 작은 집이지만 더 이상 떠돌지 않아도 돼 너무 행복하다.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됐으니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복병으로 나타났지만 그는 “걱정하진 않는다”고 했다. 고국인 대만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적지만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남아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첸유주는 “많은 위기가 있었고 코로나19도 그중 하나일 뿐”이라며 “투어가 재개하는 날까지 올 시즌 목표인 상금랭킹 ‘톱30’을 위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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