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가뭄 카메라 부품사 '언택트 시장'서 활로

입력 2020-04-06 17:35   수정 2020-04-07 00:58

카메라모듈 등 스마트폰 부품 생산업체들이 본업 이외의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화상진료, 비접촉 디지털 체온계 등 언택트(비대면) 관련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가 줄면서 기업 간 거래(B2B)에서 벗어나 소비자(B2C) 대상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품 다양화로 난관 돌파

엠씨넥스는 사물인터넷(IoT) 카메라 ‘E3’를 출시한다고 6일 발표했다. 풀HD의 고해상도와 140도 광각 촬영이 적용된 E3는 와이파이와 연동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전송한다. 카메라가 설치된 곳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원격 보안 등에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영상 통화를 통해 비대면 업무 처리에도 사용할 수 있다. 엠씨넥스는 실내 입출입을 감지하는 도어센서 ‘D1’도 함께 출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개학을 하는 자녀를 살피거나 자가격리 대상자를 확인하는 데 두 제품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엠씨넥스는 원래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액추에이터(구동장치)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B2B 업체다. 고유 영역을 탈피해 E3를 포함해 블랙박스, 노트북 웹캠 등을 만드는 영상솔루션 B2C 사업 ‘아이클론’ 브랜드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는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회사 제품을 활용해 화상진료 등에 접목하려는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며 “100억원을 밑도는 아이클론 매출을 올해 2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에 출시한 ‘E3’와 ‘D1’을 서울 금천구에 100대씩 지원한다는 계획도 이날 내놨다.

스마트폰 부품사인 파트론도 올 들어 ‘디지털 체온계’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작은 알약 모양의 이 체온계는 스마트폰 이어폰 잭에 연결해 앱을 실행하면 적외선 센서로 체온을 측정해 보여준다. 비접촉식이기 때문에 귓속 체온계와 같은 신체 접촉식 체온계에 비해 감염 위험이 적다. 파트론 관계자는 “원래 수년 전 개발해 액세서리 개념으로 판매하던 것인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생산을 늘리고 있다”며 “올 들어 석 달 동안 10만 개 이상 판매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인쇄회로기판(PBA) 등을 생산하는 드림텍은 미국 라이프시그널과 공동개발한 무선 심전도 센서가 원격 진료용으로 판매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 없이 패치를 가슴에 붙여 심전도를 측정하는 센서로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해 현재 미국, 인도 등에 납품하고 있다. 드림텍은 작년 말 카메라모듈 사업을 하는 나무가를 인수하면서 카메라모듈 업체로 분류된다.

장비업체도 다각화 나서

카메라모듈 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전방사업인 글로벌 스마트폰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과 맞물려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올해 2월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중국 시장에서의 스마트폰 판매량도 전년 대비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파트론 등 상당수 카메라모듈 업체 실적도 올해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파트론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작년보다 11.3%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왕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스마트폰 부품업체의 4월 조달예정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부품 업체들의 2분기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반도체 장비업체도 적극적인 제품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클린룸을 생산하는 신성이엔지는 지난달 전염병 치료를 위한 ‘이동형 스마트 음압병실’을 개발했다. 실내 압력을 낮춰 외부에서 병실로만 공기가 들어오고, 오염된 공기는 깨끗하게 정화돼 외부로 배출되는 이동형 병실이다. 클린룸에 쓰이는 이 회사 기술을 적용했다. 신성이엔지는 작년에 개발한 천장형 공기청정기 ‘퓨어루미’도 누적 기준 1만 대 가까이 판매했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병원 및 진료소를 중심으로 음압병동과 공기청정기 구입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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