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제가 코로나 없앤다?…"인체 효과 입증돼야 사용"

입력 2020-04-06 17:02   수정 2020-04-07 00:55


구충제 이버멕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48시간 안에 죽인다는 세포배양 실험 결과가 나왔다. 일부 구충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후보군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구충제의 섣부른 코로나19 치료제 사용을 경고했다.

호주 모나쉬대 생의학발견연구소(BDI)는 세포 배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이버멕틴에 노출되고 48시간 안에 모든 유전물질(RNA)이 소멸했다는 실험 결과를 지난 4일 발표했다. 이버멕틴은 분선충 회선사상충 등 기생충 감염 치료에 쓰이는 구충제 성분이다.

국내에서 이버멕틴을 함유한 인체용 구충제로 허가된 품목은 신풍제약이 생산하는 한 개뿐이다. 동물용으로는 한국썸벧 코미팜 제일바이오 등 다수 업체가 이버멕틴이 들어간 구충제를 생산하고 있다. 양진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이버멕틴은 인체 투여 시 안전성이 알려져 있어 코로나19 치료제로서 개발 가치가 있다”며 “구충제는 일반적으로 흡수율이 낮아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선 임상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선 이버멕틴을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신풍제약 관계자는 “국내 허가를 받은 이버멕틴 제품은 수출용으로 2005년 허가가 났으나 현재 생산하지 않는다”며 “이버멕틴 생산 재개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세포배양 연구에서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수십 편 나오더라도 인체 효과가 입증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며 “펜벤다졸, 메벤다졸 같은 구충제도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지만 임상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예상되는 구충제는 이버멕틴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지난달 니클로사마이드를 코로나19 치료 후보약물로 발견했다. 니클로사마이드는 세포배양 실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비슷한 성질을 지닌 메르스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다른 구충제인 니타족사나이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로 쓰일 가능성이 있지만 임상을 통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이주현/이지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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