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그랑자이 전세보증금이 한 달 만에 1억원 빠졌는데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요. 요즘 전세 물건을 보려고 사무실을 찾는 손님이 하루 1~2명도 안 될 때가 많습니다.”(서울 마포구 대흥동 J공인)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대흥동 신촌그랑자이 인근 중개업소 일대는 방문객을 거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중개업소마다 ‘급전세’가 있다는 안내장이 붙었다.
신촌그랑자이는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초역세권이어서 마포의 새로운 대장주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의 여파로 급전세 매물도 소화되지 않고 있다.
급전세 나와도 문의 없어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2월 21일 입주를 시작한 신촌그랑자이는 지난달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전세 수요가 자취를 감췄다. 코로나19로 외출과 대면 접촉을 꺼리다 보니 중개업소를 찾는 발걸음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대흥동 S공인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인근 아현동이나 공덕공 아파트에서 전세 계약을 그대로 연장하는 추세”라며 “새 아파트인데도 불구하고 전세 수요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입주 기간이 오는 20일 끝나면서 잔금을 치러야 하는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대폭 낮추고 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다는 설명이다. 한 달 전 보증금이 7억원이던 전용면적 59㎡는 현재 시세가 평균 6억2000만~6억3000만원 정도다. 6억원짜리 전세도 찾아볼 수 있다. 전용 84㎡ 전셋값은 9억원에서 7억5000만~8억원으로 떨어졌다. J공인 관계자는 “임대인들에게 주변 전세값보다 낮게 내놔야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신촌그랑자이는 지하 3층~지상 23층 19개 동, 총 1248가구(전용 59~112㎡)로 구성됐다. 지하철 이대역 6번 출구에 바로 붙어 있는 초역세권으로 을지로, 광화문 등 도심 출퇴근이 편리한 입지가 강점이다. 2016년 12월 분양 당시 평균 청약 경쟁률이 32 대 1, 최고 경쟁률이 80 대 1에 달했다. 당시 전용 59㎡ 분양가가 5억8000만~6억3000만원이었는데 현재 매매 호가는 14억원 중반대다. 19억원까지 올랐던 전용 84㎡ 입주권 호가는 17억원대로 떨어졌다.
주변에 신축 입주 잇따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촌그랑자이 전세 가격이 당분간 강세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봄 이사철이 지나면 수요가 줄어드는 데다 주변에 신축 입주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8월에는 북아현뉴타운에서 1226가구 규모의 힐스테이트신촌이 입주를 시작한다. 또 신촌그랑자이 맞은 편에 마포프레스티지자이(1694가구)가 내년 3월 집들이를 하고, 아현2구역 재건축 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단지 자체는 좋지만 교육 여건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전세 수요가 적은 이유로 꼽힌다. 신촌그랑자이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마포자이 3차 등 기존 마포의 대표 신축들과 초등학군이 다르다. 신축들이 대거 들어서면서 선호도가 높아진 아현초, 한서초 등을 배정받지 못한다.
신촌그랑자이에서 많이 배정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창천초는 주변 재개발이 아직 진행 중이어서 학부모의 선호도가 떨어진다. 물론 걸어서 10분 내외로 통학이 가능한 숭문중, 숭문고 등이 있지만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에게는 큰 약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지하철 6호선 대흥역~공덕역 일대에 학원가가 형성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강남, 목동 등에 견줄 정도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 전문가는 “신촌그랑자이는 교통이나 단지 자체로는 나무랄 데 없지만 한 곳에 모여 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아현2구역과 생활권이 다르다는 게 최대 약점”이라며 “장기적으로 인근 재개발이 속도를 내야 한 단계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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