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반도체가 살렸다…코로나에도 선방한 삼성전자의 '저력'

입력 2020-04-07 09:20   수정 2020-04-07 15:47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그간 '효자' 노릇을 했던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기대 이하 성적을 거뒀지만 '주력'인 반도체 사업 호실적에 선방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급격히 확산하면서 스마트폰과 TV 등 주요 세트 시장인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에서 수요가 침체됐다. 디스플레이 등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반도체는 모바일 시장 수요 침체에도 재택근무 확산 등 서버 시장 수요가 늘어 영향이 덜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1분기(1~3월) 매출 55조원, 영업이익 6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연결기준)을 올렸다고 7일 공시했다.

영업익은 전년 동기(6조2333억원)보다 2.73% 늘었다. 전 분기(7조1600억원)보다는 10.61% 감소했지만 증권업계에서 내놓은 영업이익 전망치(6조1232억원)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52조3855억원)보다 4.98% 증가한 55조원으로 최근 13분기째 이어가던 50조원대 매출을 지켜냈다. 어려운 대외환경에도 외형 확장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직전 분기(59조8860억원)보다는 8.15% 감소했다.

이날 잠정 실적 발표에서 사업 부문별 성적표는 공개되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부진했던 반도체 사업이 올 1분기 선방했을 것으로 봤다. 코로나19에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 공백이 발생했지만 서버 D램이 메꿨다는 분석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1분기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은 3조6730억원으로 3분기 연속 영업익이 올라 본격 상승궤도에 진입했다.

서버 D램 가격의 상승 추이가 이를 뒷받침한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서버용 D램 가격(32GB 모듈 기준)은 약 14만8700원(121달러)로 전월보다 4.3% 올랐다. 올 1분기 전체로 보면 1월에 비해 14% 가까이 급상승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온라인 교육 수요가 폭증하며 미국·중국 클라우드 업체들의 서버 D램 구매가 늘어난 덕분으로 보인다. 우호적 환율 환경도 한 몫 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생산능력 가속화와 모바일 D램 및 낸드플래시 수요 공백을 서버 부문에서 수습했다"고 풀이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전체 수요 공급량(B/G)은 D램 8%, 낸드 4%씩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단 평균판매단가(ASP)는 D램 3%, 낸드 10%씩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무선통신(IM) 사업은 부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부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북미·유럽 수요 악화 영향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플립'이 선전했지만 전반적 스마트폰 수요 둔화와 함께 '갤럭시S20' 시리즈 부진이 이어졌다. IM 부문 영업익은 직전 분기 대비 20%가량 떨어진 2조원 내외로 점쳐진다. 당초 전망치 2조6000억원 수준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스마트폰 사업은 면대면의 소비자영업(B2C) 성격이 강하다. 이동통신업계는 갤럭시S20 시리즈의 판매량은 전작 갤럭시S10의 70% 내외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 플래그십의 경우 대리점 등에서 직접 실물을 보고 구매하는 소비자 비율이 높은데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재윤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2% 하락한 2억5000만대, 1분기와 2분기는 각각 5950만대, 5300만대로 추정한다"며 "갤럭시S 시리즈 매출은 지난해보다 28% 하락한 210억달러, 노트 시리즈는 25% 감소한 93억달러로 예상한다. 다만 폴더블 스마트폰이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 매출 하락을 일정부분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와 함께 DS(디바이스·솔루션) 사업부문을 구성하는 디스플레이(DP) 사업부는 4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높다. 액정표시장치(LCD) 수익성 하락과 함께 스마트폰 부진으로 인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물량 감소, 박막트랜지스터(TFT)의 지속적 적자 등이 요인으로 지목된다. 올 1분기 DP 부문이 60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냈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TV와 가전을 담당하는 소비자가전(CE) 부문도 큰 힘을 쓰지 못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올 초만 해도 TV는 도쿄올림픽 등으로 특수가 예견됐지만 코로나19로 모두 물거품이 됐다. 가전의 경우 지난 1~2월 중화권 경쟁사 생산 차질로 반짝 반사이익을 봤지만 3월부터는 북미·유럽 수요 악화 영향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증권사는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 영업익 전망치를 3000억원~4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5400억원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25% 이상 줄어든 수치다.

시장은 코로나19 여파에도 예상외 호실적을 거둔 1분기를 고무적으로 평하면서도 2분기 이후의 기업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분기가 시작된 4월 현재 가전 등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날로 심화되고 있어서다. 현지 생산공장 가동 중단, 수출길 봉쇄 등의 여파가 이달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IM과 CE 부문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 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튼실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증권사들이 올해 삼성전자가 '역대급' 실적을 쓸 것이라고 봤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 국면이 진정되면 전사적으로 추진 중인 '초격차' 전략으로 실적 반등도 노릴 수 있단 관측이다.

최영산 이베스트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화성 극자외선(EUV) 라인의 가동, 견조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동률 지속, 메모리 투자 사이클 지속과 D램의 EUV 도입, 폴더블과 플래그십(전략) 라인업 강화, 디스플레이 투자 사이클 가시화 등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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