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조주빈, '범죄단체조직죄' 피할 수 있나

입력 2020-04-07 13:24   수정 2020-04-07 13:33

조주빈과 텔레그램 ‘박사방’을 함께 운영한 ‘부따’, ‘사마귀’, ‘이기야’ 등은 조씨의 단순 공범일까, 아니면 조씨를 수괴로 한 범죄단체의 구성원일까.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태스크포스)팀은 조씨의 공범들을 수사하는 데 속도를 내는 가운데, 조씨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법리 검토에 주력하고 있다.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되면 조씨 일당은 모두 최대 무기징역이라는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반면 박사방이 범죄단체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 조씨와 공범들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이보다 낮은 형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검찰, 왜 범죄단체초직죄 적용 주력하나

조씨는 미성년자가 포함된 성착취 음란물을 제작하고 배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아청법)상 아동음란물을 제작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조씨는 미성년자 대상 음란물을 만드는데 직접 관여했다는 정황이 명백하다. 하지만 문제는 조씨의 공범들이다. 예를 들면 조씨가 제작한 음란물을 영리 목적으로 판매·대여·배포만 한 자들과 미성년자를 조씨에게 알선하는 등 조씨의 범행을 돕기만 한 공범들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들도 현행법을 위반한 만큼 처벌을 받게 된다. 아청법상 아동 음란물 배포나 알선 행위의 법정형은 각각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3년 이상의 징역이다. 그러나 조씨 뿐만 아니라 그의 범행에 직간접적 도움을 준 모든 관련자들을 한데 묶어 엄히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에는 다소 못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형법 114조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돼 있다.

박사방을 아동음란물 제작이란 범죄를 목적으로 한 단체로 본다면 이 조직에서 활동한 조씨의 공범들을 ‘목적한 죄에 정한 형벌(최대 무기징역)’로 처벌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즉, 조씨의 공범들이 아동음란물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아동음란물을 만든 것과 동일하게 인식해 처벌 가능하다는 얘기다.

◆“대면 접촉 여부는 범단 구성에 중요하지 않아”

조씨 변호인 측은 앞서 “(조씨가) 공범들과 실제 대면한 적이 없고 역할을 나누지 않았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되면 수괴로 지목되는 조씨 역시 향후 재판 과정에서 양형을 따질 때 감형을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범죄단체조직죄가 성립되기 위해선 △특정한 다수인 △구성원들 사이 일정한 범죄를 범한다는 공동목적 △시간적 계속성 △단체를 주도하거나 내부의 질서를 유도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 등이 입증돼야 한다.
조씨 변호인 측은 박사방의 경우 ‘최소한의 통솔체계’가 갖춰지지 않았기에 범죄단체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범죄단체로 인정되는 보이스피싱 조직에서도 조직 핵심과 인출책이 서로 잘 모르는 점조직 형태가 많다”며 “조씨와 공범들이 대면한 적이 없다는 점은 범죄단체조직죄의 구성 요건을 따질 때 핵심 포인트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인터넷 세상에서 실명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아이디가 인터넷 세상의 실명이고 신분”이라며 “오히려 비대면 접촉만으로 그때 그때 필요한 사람에게 불법을 명령할 수 있다면 조씨가 박사방에서 갖고 있는 지배력은 폭력조직 수괴보다 훨씬 높고 강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조직폭력배와 보이스피싱 조직 등 기존에 범죄단체로 인정받는 사례들과 박사방을 비교할 때, 박사방의 내부 상하관계와 범죄수익 배분 구조 등 통솔체계가 다소 느슨하다면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여러 명이 단순히 역할분담을 통해 범죄를 저지른 정도만 갖고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검찰이 여론에 떠밀려 무리하게 법리 적용을 한다면 유추해석 금지라는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을 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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