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 ‘큰 손’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세계 최대 크루즈 기업 카니발의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세계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돼 크루즈 업계가 휘청이고 있는 와중에 주식 저가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PIF는 이날 미국 크루즈 기업 카니발 주식 4350만 주를 취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카니발 전체 지분의 약 8.2% 수준이다.
PIF는 이를 통해 카니발 2대 주주가 됐다. 카니발 최대 주주는 지난 1월 기준 지분 17%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믹키 아리슨 카니발 회장이다. 이날 PIF 투자 소식 발표 후 카니발 주가는 약 20% 올랐다.
PIF는 지난달 26일께 미국 뉴욕 증시에서 공개시장 주식 매입을 통해 카니발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매입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종가(17.82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7억7500만 달러(약 9460억원) 어치다.
이번 거래는 관광업에 발을 넓히려던 사우디가 세계 최대 카니발기업 주가 하락을 보고 저가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는 나라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주도 하에 ‘비전2030’이라는 대규모 경제 개혁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석유에만 의존하는 사우디 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관광업을 대거 키우는게 목표다.
이 프로젝트에서 사우디 PIF는 자금을 대는 주요 통로를 맡고 있다. PIF가 굴리는 자산은 3000억 달러(약 366조원)가 넘는다. 우버나 테슬라 등 글로벌 신사업을 비롯해 호텔·관광업, 레저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에 주로 투자한다. 올해 들어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간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지분 80%를 인수하기로 했다.
카니발 주가는 올초 대비 80%나 폭락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 이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크루즈 여행을 가려는 수요가 크게 줄어든데다 기존 크루즈 일정도 줄줄이 취소되서다. 반면 고정 비용은 한달에 약 10억 달러씩 나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예약 취소에 따른 고객 예탁금을 돌려줘야 하고 선박 관련 비용도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니발은 지난주엔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배당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부채를 끌고, 채권을 발행하는 등을 통해 약 62억 달러를 조달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 계획 중엔 신주 총 500만 달러 어치를 발행해 주당 8달러에 팔겠다는 안도 있다. FT는 PIF 관계자를 인용해 “사우디 PIF가 신주 발행한 주식을 사들인 것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PIF가 당분간 저평가 주식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사우디 왕실 측근은 FT에 “앞으로 몇주간은 PIF가 인수·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저평가된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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