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청주·춘천·포항 '방사광가속기' 쟁탈전

입력 2020-04-07 17:20   수정 2020-04-08 00:38

1조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인 ‘다목적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둘러싼 유치전이 4파전으로 압축됐다. 전남 나주, 충북 청주, 강원 춘천, 경북 포항은 저마다 최적지임을 내세우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면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원 및 기업도 추가 유치할 수 있는 등 파급 효과가 커 광역자치단체까지 발벗고 나선 형국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평가 기준과 점수 배정 등이 모호한 데다 입지 조건의 배점이 유독 높아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대학 연계·접근성, 위치 등 강조

7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나주시, 청주시, 춘천시, 포항시가 정부에 유치 의향서를 제출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기초·응용과학 연구는 물론 반도체, 바이오 신약, 2차전지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개발에 필요한 첨단 시설이다.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다양한 방사광을 발생시키고 원자나 분자 수준의 근원적 구조를 규명·실험하는 데 활용되는데, 건설 사업 자체가 대형 국가 인프라 사업에 해당한다.

전라남도와 나주시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하면 학계와 산업체의 연구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2년 개교를 앞둔 한국전력공과대학을 중심으로 연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진 발생이 적어 안정적인 지반을 갖춘 것도 강점으로 꼽았다.

충청북도와 청주시는 두 시간 내에 전국 어디나 접근할 수 있는 국토 중심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구축 예정지인 오창은 중부고속도로 서오창IC에서 5분, KTX(고속철도) 오송역에서 15분 등 접근성 면에서 우수하다는 점을 들었다.

강원도와 춘천은 서울~양양고속도로, ITX(도시간특급열차) 등을 이용하면 수도권과 40분대 거리여서 출퇴근이 가능한 지리적 접근성을 내세웠다. 경상북도와 포항시는 의향서를 제출했지만 공고상의 부지면적(26만㎡ 이상)으로는 당초 경상북도가 제시한 부지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며 선정 기준의 객관성을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26만㎡ 이상의 부지가 없어 의향서를 내지 않았다.

입지 조건에 배점 과다 책정 논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로부터 29일까지 유치계획서를 받기로 했다. 다음달 6일 지자체별 발표 평가를 거쳐 7일 평가 1, 2위를 대상으로 현장 평가를 하고 이르면 당일 최종 후보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가 지난달 27일 공고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부지 유치 공모 계획에 따르면 평가 항목은 기본 요건(25점), 입지 조건(50점), 자치단체 지원(25점) 등이다. 이에 전라남도는 “선정 기준이 불합리하다”고 정부에 수정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전달했다. 기준이 수도권 인접 후보지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50점을 배점한 입지 조건에서 6개 세부 평가 항목 가운데 시설 접근성 및 편의성, 현 자원 활용 가능성, 배후도시 정주 여건 등 3개가 위치와 접근성 위주 평가란 것이다.

지난 3월 정부가 4개 광역자치단체와 2개 연구기관 합동으로 방사광가속기 이용 관련자 33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이용자의 87%가 ‘성능 및 운영 품질’을 가장 중요한 요구사항으로 꼽았다.

과기정통부 원자력연구개발과 관계자는 특정 지역 내정설에 대해 “전혀 염두에 둔 바 없다”고 말했다.

광주=임동률/이해성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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