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우유 수백만L 폐기…오렌지주스는 '코로나 특수'

입력 2020-04-07 18:12   수정 2020-07-06 00: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농산물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학교와 식당이 문을 닫으면서 우윳값은 떨어지는 반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오렌지주스 가격은 오르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치즈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3등급 우유의 선물 가격은 6일(현지시간) 한때 100파운드당 13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2016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라는 게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해도 우유 사재기 열풍이 일었으나 이내 잠잠해지면서 우유 수요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급기야 우윳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북미 지역 낙농업자들이 원유(原乳) 수백만L를 내다버리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캐나다 최대 우유 생산지역인 온타리오의 낙농가협회는 농가 500여 곳에 매주 500만L의 원유를 폐기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이 지역의 1년 생산량은 30억L로 캐나다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 협회의 셰릴 스미스 최고경영자(CEO)는 “55년 역사에서 원유 폐기를 권유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라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을 낙농업계만 겪는 게 아니다. 플로리다주의 한 호박 농가는 주문이 끊기면서 밭을 갈아엎었고, 아이오와 및 네브래스카주의 옥수수 에탄올 공장은 에너지 수요 둔화로 아예 문을 닫았다. 미국에서 전체 옥수수의 3분의 1은 바이오 연료인 에탄올과 부산물을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농가의 일손 부족도 큰 어려움 중 하나다. 미국 농장에서 일하는 멕시코 출신 노동자는 대략 25만여 명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농업 임시 취업비자 발급을 축소하면서 노동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캐나다 등 북반구에선 4월부터 파종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온타리오주의 한 농장주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국가적인 식량 안보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비타민C가 풍부한 오렌지주스는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통념 덕분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런던 국제상품거래소 선물시장에서 오렌지주스는 이날 파운드당 1달러12센트에 거래됐다.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은 코로나 사태 직전 파운드당 1달러 아래에서 거래됐으나 지난달 말엔 1달러24센트까지 치솟았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미 식료품점의 올해 오렌지주스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급증했다.

이 밖에 설탕은 시카고상업거래소 선물시장에서 파운드당 10.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년 대비 18.42% 떨어진 수치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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