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뷔 30주년' 신승훈이 말하는 음악적 소명, 삶의 무게를 나눈다는 것

입력 2020-04-08 17:35   수정 2020-04-08 17:37



"30년을 함께 한 우리들의 삶의 무게를 4분 길이의 노래로 위로하고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런 바람직한 노래를 만들어내는 게 제 사명이자 소명입니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신승훈은 묵묵히 걸어온 음악 외길 인생에서 노래했던 모든 곡들이 자신의 분신과도 같다고 했다. 1990년 '미소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와 동시에 앨범 판매량 140만 장을 기록한 그는 한국대중음악사의 굵직한 획을 그었다. 국내 가요 음반 역사상 최대 누적 판매량인 1700만 장의 역사를 쓴 레전드로서 신승훈은 수없이 많은 히트곡을 탄생시켰다. '발라드 황제'라는 수식어가 생겨날 정도로 그가 뱉어내는 가사말은 많은 음악 팬들의 사랑과 이별을 대변했다.

혜성같이 등장해 1990년대 가요계를 활짝 연 신승훈은 LP, 카세트 테이프, CD, 그리고 음원 세대까지 다 거치며 한국 가요계의 변화를 몸소 느껴온 산 증인이다. 데뷔 30주년 소회를 묻자 신승훈은 "무언가를 오래 한 사람들을 항상 마라톤에 비유한다. 앞서 10주년, 20주년이 됐을 때 '반환점이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럴 때마다 반환점을 왜 이리 짧게 잡는지 의아했다. 그런데 이제는 반환점인 것 같다. 30년을 하니 반 정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신승훈의 대표곡을 고르라는 것만큼 어려운 숙제도 없을 것이다. '아이 빌리브(I Believe)', '보이지 않는 사랑',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그 후로 오랫동안', '날 울리지마', '널 위한 이별',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다면', '그런 날이 오겠죠', '두 번 헤어지는 일' 등 애이불비(哀而不悲, 속으로는 슬프면서 겉으로는 슬프지 않은 척 하는 것)의 정서가 깃든 발라드는 어느 하나 빼놓기 아쉬울 정도로 전부 명곡이다. 평범한 사랑과 이별의 반복 같지만 치밀하게 곡을 들여다보면 전개와 감성에 부여되는 디테일이 모두 다르게 표현된다. '엄마야', '처음 그 느낌처럼', '로미오&줄리엣', '내 방식대로의 사랑'처럼 디스코, 맘보, 하우스 풍으로 장르적 변화를 준 노래들도 큰 사랑을 받았다.

신승훈은 "신인 때 가요계의 한 획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게 생각난다. 한 획을 긋기 위한 음악 인생이 아니라 점을 하나씩 찍어가다 보면 언젠가 그 점이 연결돼 선으로 보이는 걸 꿈꿨다. 지금 보니 신승훈이라는 선을 하나 그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마라톤에는 반환점이 있지만 인생에는 반환점이 없지 않느냐. 계속 가야하는 거다. 반환점이라고 해서 과거의 영광만을 보기보다는 지금의 나에게 더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데뷔 30주년 스페셜 앨범명은 '나의 분신 같은 음악들'이라는 의미가 담긴 '마이 페르소나스(My Personas)'다. 이에 대해 신승훈은 "봉준호 감독이 페르소나를 송강호라고 하듯이 나의 페르소나는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내게는 분신 같은 음악들이 곧 페르소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은 정말 스페셜 앨범이다. 정규 앨범이라면 적당한 실험정신과 새로운 장르가 들어가지만 이번 앨범은 땡스투(Thanks to) 개념이 컸다. 팬들을 향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신승훈은 "팬들은 '미소속에 비친 그대'를 수천 번 들은 사람들이다. 옷만 바뀐 게 아니라 옷과 함께 몸도 바뀐 음악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가수 신승훈의 현재진행형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면서 "시행착오를 겪은 음악들도 있었다. 안 어울리는데 실은 것들도 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잘 했던 것, 그리고 앞으로 계속 해나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음악을 중점적으로 다뤘다"고 했다.

'마이 페르소나스'에는 더블 타이틀곡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와 '그러자 우리'를 비롯해 '늦어도 11월에는', '내가 나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위킹 인 더 레인(Walking in the Rain)', '사랑, 어른이 되는 것', '럴러바이(Lullaby, Orchestra Ver.)까지 총 8곡이 수록됐다. 신승훈이 작업한 곡 외에도 후배 가수인 원우의 '워킹 인 더 레인', 더필름의 '사랑, 어른이 되는 것', Mnet 음악 예능프로그램 '더콜'에서 비와이와 함께한 컬래버레이션곡 '럴러바이' 등이 담겨 눈길을 끈다. 신승훈은 "5곡은 직접 썼고, 후배들의 곡은 숨겨진 노래들이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어서 내 목소리를 빌려서 녹음했다. 또 '럴러바이'는 믹싱도 다시 하고 오케스트라도 넣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신승훈이 생각하는 자신의 대표곡은 무엇일까. 그는 "'미소속에 비친 그대'를 발표한 시점을 기준으로 올해가 데뷔 30주년이다. 올 한해 만큼은 기념하고 싶은 곡으로 단연 데뷔곡 '미소속에 비친 그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날로부터 30년이 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르다"라며 웃었다.

신승훈은 지난 날을 회상하며 "후회는 안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음악이 너무 좋다. 영원히 남을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뜻깊다. 음원을 만들면 앨범이 나오고 그게 평생 남지 않냐. 누군가에게 추억이 되는 음악을 남긴다는 게 소명이기도 하고 또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년 간 올곧게 음악 외길만을 걸어온 것을 강조했다. 신승훈은 "음악도 했던 사람이 아니라 음악만 했던 신승훈이다. 꾸준히 앨범을 내고 활동했다는 점에서 애썼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털어놨다.

신승훈은 변함 없는 지지를 보내주는 팬들의 사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혼자라면 못 했을 거다"고 말문을 연 그는 "들어주는 사람, 콘서트에 와주는 팬들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 나의 노래에 공감해서 박수를 쳐주는 그분들이 바로 내 원동력이다"고 밝혔다. 이어 "운 좋게 의리 있는 팬들을 만났다.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 매번 노력했다. 내 앨범은 항상 팬들의 편지에 대한 답장이라고 생각한다. 2, 3년간 받은 편지에 대한 답장을 앨범으로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면서 "30년이 지나니 이제는 팬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내게 음악은 천직이다. 정말 음악만 했던 신승훈이다. 누군가 한 명은 음악만 하는 사람도 있어야하지 않겠냐. 외롭겠지만 계속 걸어갈 거다"고 강조했다.

2020년 현재, 신승훈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어느샌가 깊숙이 간직돼 있던 추억 한 자락에 닿게 된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평생 남는 음악이라니, 이보다 더 특별한 게 있을까 싶지만 신승훈은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감정적으로 한층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는 가수가 되길 바랐다. 그는 "어떤 노래로 추억이 떠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세대를 살아온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같이 울어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과거 사랑과 이별을 했던 그 친구들이 삶의 무게 때문에 힘들어하는 시기이지 않느냐. 듣고만 있어도 위안이 되는 '렛 잇 비' 같은 노래를 만들고 싶다. 지금까지는 기교도 많이 넣어 불렀다면 이제는 조금 더 안정적인 상태에서 내 음악을 통해 위로와 위안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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