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주문을 생활화합시다, 배신의 민족"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을 둘러싼 수수료 개편 논란이 불매 운동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SNS)에는 "전화 주문을 생활화합시다, 배신의 민족" 항의성 문구가 선명한 이미지물들이 속속 게시됐고, 다수 네티즌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배달의 민족'을 '배신의 민족'이라 부르며 불매도 요구 중이다. 그간 배민이 '우리 민족'이라는 점을 앞세워 마케팅을 해왔다는 것을 비꼬는 표현이다.
◆"수수료 원상복귀 불가능" 후폭풍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 인상 논란에 뭇매를 맞고 있다.
발단은 배민의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지적에서 시작됐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 배달 수수료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원상복구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은 상태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일부 업소가 시장을 독식하는 '깃발 꽂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지만 자영업자의 힘든 상황을 두루 살피지 못했다"며 "각계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기 위해 오픈서비스 개선책을 만들고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업소를 보호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지난 6일 밝혔다.
하지만 이후 수수료 체계를 원상복구하는 것은 어렵다는 공식 발언이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박태희 우아한형제들 상무는 전날 CBS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수수료 원상복구는 불가능하다"며 "저희 입점 업소 14만개 중 10만개 이상이 오픈서비스에 신청해서 현재 주문이 진행되고 있고,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배달의 민족은 4월부터 기존 월정액 8만8000원인 수수료 체계를 주문 매출의 5.8%를 받는 '오픈서비스'로 수수료 체계를 변경했다. 기존 요금체계인 월 8만8000원 정액제 요금인 '울트라콜' 비중은 크게 낮춰 유명무실해졌다.
◆ 사장님도 라이더도 '폭발'
수수료 체계를 다시 복구할 수 없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자영업자들의 분노는 더 커졌다. 개편된 수수료 체계로는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는 토로는 여전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방모씨(38)는 "바뀐다는 수수료 체계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면서 "우리 가게도 월 8만원 정도 배민에 수수료를 더 내야한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기존엔 정액제여서 고정 비용이 얼마나 나오는 지 예측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예측이 불가능해서 굉장히 불편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배민이 자영업자들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점도 반발을 사고 있다. 양천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40대 이모씨도 "기존 제도(울트라콜)에 부작용이 있었으면 그 제도를 보완하면 될텐데 굳이 정률제라는 새로운 체계를 도입한 건 아무래도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배민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외식 수요가 줄고 있는 만큼, 시기상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포구에서 중국집을 하는 50대 김모씨는 "평소에 배민앱을 통해 잘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로 바꾼다고 해서 당황스럽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있는 시기에 바꾼 거라 특히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 배민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라이더에게 주는 수수료를 올 들어 건당 1000원 이상 삭감했다.
라이더가 배달 1건당 받는 금액은 지난해 11월 5500원대에서 올해 평균 4000원대로 낮아졌다. 배민 측이 기본 배달 수수료 외에 추가 수수료를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올 들어 모두 폐지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 번 배차당 배달 가능한 건수는 기존 2건에서 5건으로 늘렸다. 작년과 비슷한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선 배달 건수를 확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배민 측의 프로모션 종료로 건당 요금이 줄면서 올해 수입이 줄어든 라이더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수입 유지를 위해 라이더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에 배민은 한시적인 라이더 수익 보전 프로그램이었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라이더 프로모션은 날씨와 같은 요인들로 배달 환경이 열악한 경우, 이에 대한 보상으로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일종의 라이더 수익 보전 프로그램"이라며 "프로모션은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부가 혜택'이었으며, 기본 배달료 변화 없이 프로모션 시에만 기본료에 수익을 좀 더 얹어서 제공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 쿠폰으로 소비자 달래기…배민 앱 삭제 인증샷
이 와중에 배민은 소비자 달래기에 몰두하고 있다. 배민은 이달 말까지 △친구 주문시 5000원 할인쿠폰 △50개 브랜드 최대 6000원 할인쿠폰 △배민오더 첫주문 할인 2000원 이벤트를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배민의 쿠폰 뿌리기에도 불매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선 '#배신의 민족' 태그를 단 게시물이 늘고 있으며, 배달의 민족 앱 삭제 인증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30대 이세진 씨는 "이렇게 어려운 시국에 소상공인 피빨아먹는 배신의 민족은 불매"라며 "모두 전화주문합시다"라고 촉구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배달의 민족' 제거 인증샷을 남겼다.
배민이 스타트업이라는 점에서도 반감을 느끼고 있다. 한 50대 남성은 "스타트업이 고작 서민 소상공인 등을 쳐먹는 것이라면 스타트업 지원을 그만둬야 한다"며 "고작 편리한 앱 만들어 남의 손을 빌려 부를 축적한 #배신의 민족"이라고 일갈했다. 그도 앱을 삭제한다는 내용을 캡처로 남겼다.
배달 수수료를 내더라도 직접 배달라이더에게 주겠다는 의견도 있다. 전주에 사는 30대 이동현 씨는 "배민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삥을 뜯는 독과점 악덕기업"이라며 "배달료를 주더라도 그냥 동네 퀵아저씨한테 주겠다. 빨리 공공앱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들도 전화 주문 고객에게 서비스를 주는 방식으로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30대 김정현 씨는 "장사하시는 분들도 전화로 주문하면 바쁘더라도 짜증내지 말고, 카드결제 한다고 눈치주지 말아야 한다"며 "전화로 주문하면 배민에서 주문하는 거랑 비교해서 소비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그러면 많은 소비자들이 참여해 배달의 민족 앱을 안 쓸 것"이라며 "새로운 토종기업에서 착한 어플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배민 불매운동 확산에 관련 제휴서비스도 속속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번가는 유료회원 서비스인 올프라임 혜택으로 배민 3000원 할인쿠폰을 제공했지만, 5월1일부터 배민 대신 요기요의 할인 쿠폰을 제공할 예정이다. 11번가 관계자는 "배민과는 계약 기간이 끝나서 종료된 것"이라고 밝혔다.
고은빛/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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