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0년 3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901조300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18조7000억원 늘었다. 지난달 기업 대출 증가폭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9년 6월 후 최대다.
▶본지 4월 1일자 A1면 참조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은 각각 10조7000억원, 8조원 늘었다. 모두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중소기업 대출에 포함된 자영업자 대출 증가폭은 3조8000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였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직감한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기업 체감심리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한은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올해 3월 전(全)산업의 업황 BSI는 전달에 비해 11포인트 내린 54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52) 후 가장 낮았다. BSI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 체감경기가 나쁘다는 뜻이다. 기준선은 100이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코로나19로 위기를 겪은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에게 51조6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선 것도 기업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기업의 자금 사정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부터 악화되기 시작했다. 한은이 이날 함께 내놓은 ‘2019년 중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비금융법인(일반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72조9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4.1% 늘었다. 지난해 순자금조달 규모는 2011년(74조6000억원) 후 최대다. 순자금조달은 빌린 돈(조달자금)에서 예금, 주식, 펀드 등을 통해 운용하는 돈(운용자금)을 뺀 금액이다. 이 금액이 증가했다는 것은 현금창출력이 줄면서 생긴 운영자금 공백을 차입금으로 메웠다는 뜻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 순이익은 38조7000억원으로 전년(82조3000억원)에 비해 52.9% 줄었다.
회사채 시장이 위축된 것도 기업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기업의 회사채와 기업어음 순발행액(발행액에서 상환액을 제외한 금액)은 각각 -5000억원, -1조5000억원이었다. 순발행액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회사채로 조달한 금액보다 만기 도래해 상환한 금액이 크다는 뜻이다. 가계대출도 지난달 말 910조900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9조6000억원 불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4년 후 최대 증가폭이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가 부동산과 주식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입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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