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新시장 열려"…친환경 보일러 大戰 '후끈'

입력 2020-04-08 17:37   수정 2020-04-09 02:04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보일러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보조금 지원까지 맞물려 가스보일러 시장이 25%(약 2000억원) 이상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콘덴싱 보일러 대전 막 올라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는 일반 보일러보다 잠열 교환기가 하나 더 있는 시스템이다. 가스를 태워 물을 데우고 빠져나가는 섭씨 120도의 배기가스를 연통으로 바로 내보내지 않고 집 곳곳을 돈 난방수가 흐르는 잠열 교환기를 지나가도록 했다. 배기가스의 열을 흡수해 물을 데우기 때문에 열효율이 높고 질소산화물 등 미세먼지 배출도 적다.

환경부는 친환경 보일러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1등급 제품을 설치하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총 2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일반 보일러와 콘덴싱 보일러의 가격 차이만큼 지원해주는 것. 일반 보일러 가격은 통상 약 70만~80만원, 콘덴싱 보일러는 약 100만~120만원으로 그 차이가 20만~30만원이다.

콘덴싱 보일러 설치는 지난 3일부터 의무화됐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한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대기관리권역법)’이 시행되면서다.

대기관리권역은 수도권, 충남, 충북, 전북 일부 지역을 비롯해 부산, 대구, 울산, 광주 등 총 77개 지자체에 지정돼 있다. 대기관리권역에서는 향후 환경부 인증을 받은 친환경 보일러만 신규 설치할 수 있다. 열효율 92% 이상이어야 하며 질소산화물 20ppm 이하, 일산화탄소 100ppm 이하를 배출하는 ‘기체연료 1등급’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1등급을 충족하는 보일러가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다.

“1조원 이상으로 성장”

국내 가스보일러 시장은 지난 10년간 큰 변화 없이 연간 120만 대 수준을 유지해왔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8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설치 의무화와 설치 지원금 지급이 맞물리면서 올해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보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보일러 시장에서는 최근 3~4년 동안 친환경 보일러 판매 비중이 꾸준히 높아졌다. 가스보일러 판매량 가운데 콘덴싱 보일러 판매 비중은 국내 1위 보일러 업체인 경동나비엔이 2016년 36%에서 지난해 44%로, 귀뚜라미보일러는 같은 기간 30%에서 45%로 늘어났다. 보일러업계는 콘덴싱 보일러 판매 비중이 70~80%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친환경 보일러 정책으로 미세먼지도 줄이고 시장도 커지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예상된다”며 “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비중이 70~80% 수준으로 늘어나면 전체 가스보일러 시장 규모도 1조~1조1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일러업계의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콘덴싱 보일러를 국내 업계 최초로 출시한 인지도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2월 신규 모델인 ‘NCB300’을 내놔 소비자의 선택 폭을 기존 3개 모델에서 한 개 추가했다. 대리점에 콘덴싱 보일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자사 온라인몰 서비스를 강화했다. 귀뚜라미는 현재 ‘거꾸로 뉴 콘덴싱 가스보일러’ 등 2개 주력 모델에 상반기 신제품 한 개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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