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회복 탄력성은 예기치 못한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원래의 상태로 회복할 뿐만 아니라 위기를 통해 더욱 발전하는 능력을 말한다. 란제이 굴라티 하버드 경영대 교수에 따르면 회복 탄력성을 갖춘 기업은 외부 환경이 어렵게 변해도 성과를 유지하고 성장을 지속한다. 때로는 위기 전보다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추기도 한다.
회복 탄력성이 높은 기업은 위기 상황과 자신의 취약성을 예리하게 파악하고 대응전략을 세운다. 도요타가 대표적이다. 2009~2010년 발생한 급발진 사고로 세계에서 1000만 대가 넘는 도요타 차량을 리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기업 창사 이후 최대 위기였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은 위기 속 도요타의 취약성을 간파하고 이를 과감하게 혁신했다. 한때 도요타의 ‘핵심’이라고 여겨졌던 도요타생산시스템(TPS)을 바꾸고, 대기업 특유의 관료주의적 문화를 타파했다. 완전히 새로운 기업으로 태어났다. 이 덕분에 도요타는 글로벌 금융위기, 리콜 사태 등 고비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 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위기·실패를 통해 배우는 학습문화가 필수적이다. 요시 셰피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오늘날 기업에 필요한 ‘학습하는 회복 탄력적 기업문화’를 강조한다. 그는 기업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사건, 사고, 위기 상황에 시나리오 기법을 적용해볼 것을 제안했다. GM은 지난 10년간 일어난 대형 사건에 각각 프로젝트명을 붙여주고, 이로부터 교훈을 얻는 학습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2005년 델타 파산 사태에 ‘프로젝트 D’라는 이름을 붙여 학습한 결과 비슷한 위기에 대비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 E’로 이름 붙인 2012년 에보닉 공장 화재를 통해서는 공급업체에 대한 이해와 정보공유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었다.
위기를 넘기기에만 급급하고 실패를 숨기려고만 한다면 그것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다. 오히려 위기에 숙달돼 예기치 못한 사고에도 경쟁사와 차별화한 전략으로 기회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실패를 인정하고 개선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성과관리 제도를 통해 실패에서도 더 큰 배움과 가치를 얻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든 구성원의 마음에 회복 탄력성을 심어주는 셈이다.
스티브 잡스는 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리스크가 흘러넘치고 있다. 이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그 리스크를 들여다보고 그 반대편을 보면 어쩐지 크게 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박은진 < IGM 세계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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