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후보, 공공부문 파업 때 필수인력 두지 말자는데…

입력 2020-04-09 11:02   수정 2020-04-09 11:06


조성환 더불어민주당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후보가 필수유지업무제도 폐지 법안 발의 계획을 밝혔다. 필수유지업무제도는 철도·병원 등 공공성이 큰 기관에서 노조파업이 발생할 경우에도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최소 근무인력을 두는 제도다.

조 후보는 9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공개질의서 회신에서 "공공부문에 사회적 책임을 강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운수노조는 가스·발전·병원·건강보험 등 공공부문과 철도·지하철·버스·화물운송·항공 같은 운수부문의 노동자로 이뤄어진 노조"라며 "이들 중 비정규직·특수고용 노동자의 비율이 40%에 달한다. 다양한 구성원의 모습처럼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화물연대·간병인·방과후강사·재택위탁집배원·경마기수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사업주의 지배관리(종속)하에 있으면서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단체행동을 제한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 후보는 "필수유지업무제도는 공공부문의 모든 노동자들의 파업을 사실상 금지하는 법"이라며 "지난해 철도노조가 74일간 파업하는 동안 철도운행이 다소 줄어 시민들은 불편했지만 철도공사는 평상시보다 더 많은 이윤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노동 3권은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법인데 공공부문 사업장에서는 사업주를 위한 파업권이 돼 버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 후보는 "공공기관 지배구조를 민주화하기 위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개정돼야 한다"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와 기관 이사회에 노동자와 시민의 참여를 보장해 공공기관 본연의 임무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해 공공부문을 민영화하지 않도록 정부가 지자체와 공공기관 예산 중 일정 비중 이상을 출자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집권 여당의 총선 후보가 필수유지업무제도 폐지를 내세우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필수유지 인력이 없으면 파업 시 철도나 병원, 항공, 방송, 은행 등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업무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하철은 필수 공익사업장이어서 1~4호선은 평일 기준 운행률 65.7%, 5~8호선은 78.1%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필수유지업무제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명시돼 있다. 노동관계 당사자는 쟁의행위기간 동안 필수유지업무의 정당한 유지ㆍ운영을 위하여 필수유지업무의 필요 최소한의 유지ㆍ운영 수준, 대상직무 및 필요인원 등을 정한 협정을 서면으로 체결하여야 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필수유지업무는 국민의 생명 안전 등 공익을 위해 노동권 행사에 예외 규정을 둔 것"이라며 "공익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거나 전문성 부족에서 만들어진 공약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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