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개인 억압하고 인권 짓밟는 '대륙의 현실'

입력 2020-04-09 18:07   수정 2020-04-10 03:03

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 남쪽 다싱구(大興區)의 2층 건물에서 불이 나 19명이 사망했다. 화재위험지구이던 교외 빈촌에서 또다시 불이 나자 중국 정부는 1주일 만에 군사작전을 벌이듯 이 지역을 갈아엎었다. 17만5000여 명의 저임금 노동자가 엄동설한에 집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G2(주요 2개국)로 부상한 중국이 자국민에게 가한 국가폭력의 사례다.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가 쓴 《슬픈 중국: 인민민주독재 1948-1964》는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내건 중국이 지금까지 어떻게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인권을 짓밟았는지 고발한다. 이를 통해 중국이 일방적으로 포장한 ‘중국몽’에서 깨어날 것을 촉구한다.

공산 중국의 성립 과정부터 대약진운동이 처참한 대기근으로 막을 내리고 광기의 문화대혁명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역사를 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놓은 이 책은 핏빛으로 가득하다. 1948년 국공내전 당시 공산당이 창춘을 포위해 수십만 명을 살육한 창춘 포위전, 인민을 총알받이로 내몬 화이하이 전투, 무고한 인민을 지주·부농·친일파로 간주해 죽음으로 내몰았던 토지개혁 잔혹사, 1950년대 초반의 대숙청과 과다한 지상군 병력을 정리하기 위한 6·25전쟁 파병….

마오쩌둥부터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독재자가 된 최고지도자들이 국민을 ‘인민’과 ‘적인(敵人)’으로 나눠 비판적인 지식인과 정적을 탄압하고 숙청한 사례도 적나라하다. 중국공산당은 모든 국가정책이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인민의 ‘민주적’ 의사결정이라고 선전했다. 하지만 국가정책에 순종했던 다수 인민은 사생활을 헌납한 채 ‘안티유토피아’의 현실을 견뎌야 했고, 국가정책을 비판하는 소수는 인민의 적으로 몰려 처형되거나 격리됐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중국 현대사를 비판적으로 고찰한 3부작의 첫 권이다. 2권은 문화대혁명의 폭력과 불합리를 고발하는 《문화대반란 1964-1976》, 3권은 중국 민주화 운동의 과거와 미래를 다룬 《대륙의 자유인들 1976-현재》로 출간된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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