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첫날 EBS 1시간 넘게 먹통…교사도 학생도 '멘붕'

입력 2020-04-09 16:02   수정 2020-04-10 03:15


“영상 소리가 안 들려요. 선생님.” “미안해요. 소리 공유 기능을 껐네. 다시 켜줄게요.”

9일 오전 8시30분. 서울 염리동 서울여고에서는 영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활용해 심리학 원격수업이 진행됐다. 교사가 참고자료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틀어줬지만 학생들에게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동영상 재생을 재차 시도한 끝에 교사는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영상 속 내용을 직접 설명했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첫날 교육현장의 반응은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였다. 원격수업에 대비해온 교사들도 수업 첫날이라 예기치 못한 오류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EBS 온라인클래스마저도 이날 오전 한 시간 넘게 접속 장애가 발생해 교사 학생 모두 혼란에 빠졌다.

개학 첫날부터 EBS 온라인 접속 장애

이날 전국 중·고교 3학년생이 일제히 온라인 개학을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정상 등교한 학생은 중3 41만5000여 명, 고3 44만5000여 명(2019년 기준)으로 약 86만 명으로 추산된다. 학교마다 시간은 조금씩 달랐지만 대부분 오전 8~9시 ‘온라인 개학식’을 치르고 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개학식이 끝난 지 불과 한두 시간 만에 원격학습 사이트인 EBS 온라인클래스에서는 접속 장애가 발생해 교사 학생 모두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접속 장애는 오전 9시부터 10시15분까지 계속돼 많은 학생이 오전 원격수업을 포기해야 했다. EBS는 홈페이지에 공지를 내고 “이용자 증가로 온라인클래스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며 “접속이 지연되는 동안 EBS 초·중·고교 사이트에서 자기주도 학습을 이용해달라”고 안내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EBS 사이트 내에서 오류가 발생해 신규 접속자의 로그인이 지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오전 11시 이후 문제가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접속 장애에 학생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EBS에 접속조차 안 되니 그냥 게임을 켜고 놀고 있다”거나 “4분짜리 영상이 계속 끊겨 12분이나 보고 있어야 했다” “EBS 접속이 BTS 티케팅보다 어렵다” 등의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일부 교사의 무성의한 수업 태도도 지적됐다. 수업 시간표를 대부분 EBS 강의로 채우거나, 교과서와 학습자료만 올려놔 사실상 자율학습이 아니냐는 것이다. 고3인 이모 학생은 “일부 교사는 과제 수행을 ‘자율’이라고 했다”며 “과제를 신경 쓰지 않는 학생들은 그냥 ‘놀자판’이 됐다”고 했다.

“45분 수업 영상 제작하는 데 5시간 걸려”

교사 학생 학부모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한꺼번에 400만 명 이상이 원격수업을 들어야 할 텐데 16일 전까지 이 같은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EBS 온라인클래스와 초·중등 학습관리시스템(LMS)인 e학습터에 접속한 최대 인원은 각각 26만7280명, 12만832명이다. 16일에는 중·고교 1~2학년과 초등 4~6학년도 온라인 개학에 들어간다. 모든 인원이 개학하는 20일 이후에는 약 448만 명이 동시에 원격수업을 받게 돼 EBS 온라인클래스는 물론 e학습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과 교사들의 피로도도 문제다. 수업마다 과제를 제출해야만 출석이 인정되면서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은 부담이 더 커졌다. 교사들도 동영상 강의 제작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남궁승호 숭문중 수학 교사(33)는 “45분 영상을 제작하는 데 기획부터 편집, 구상까지 다섯 시간이 걸렸다”며 “한 주에 4개 수업을 소화하려면 주말도 쉴 틈이 없다”고 했다. 이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월만이라도 교사들이 원격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수, 공문 등의 업무를 과감히 줄여달라”며 “교육 참고자료의 저작권 문제도 관련 단체와 협의해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태웅/김남영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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