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 현지법인 인가는 처음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지난 9일 미얀마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법인 예비인가를 취득했다고 10일 발표했다. 향후 9개월간 준비 기간을 거친 뒤 최종 본인가를 취득하면 미얀마에서 모든 은행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두 은행의 현지법인 인가 취득은 각각 삼수와 재수 끝에 이뤄졌다. 미얀마는 외국계 은행에 대한 인가를 상시 접수가 아니라 공개 입찰 방식으로 진행한다.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친 금융시장 개방에서는 모두 지점 설립 인가만 내줬다. 신한은행도 2016년 지점 인가만 받았다. 미얀마 정부가 외국계 은행에 현지법인 인가를 허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은행은 기존 계획대로 지점 형태로 신청했다. 한국, 태국, 홍콩, 대만 등 4개국의 12개 은행이 신청한 가운데 국민·기업·산업은행 등 국내 은행 3곳을 포함해 총 7개 은행이 예비인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법인 인가를 받은 은행은 국민·기업은행과 태국 시암상업은행 3곳이다.
‘주택’과 ‘기업’ 장점 살린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은 미얀마에서 각자 자신의 장점을 살려 법인을 운영하겠다는 목표다. 국민은행은 2017년 미얀마 건설부, 주택건설개발은행과 3자 간 업무협약(MOU)을 맺고 같은 해 소액금융법인인 KB마이크로파이낸스를 설립했다. 국내로 따지면 캐피털사 같은 제2금융권으로 현재까지 17개 영업점을 개설해 주택 관련 대출 상품을 주로 취급해왔다. 국민은행은 신설 은행 법인도 주택은행 시절부터 강점인 주택금융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주택금융과 소매금융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강점인 중소기업 금융을 내세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9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 KOTRA, 신용보증기금 등 9개 공공기관과 함께 ‘원팀코리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얀마 진출 국내 기업을 지원해왔다. ‘한·미얀마 경제협력 산업공단’이 2024년(예정) 조성되면 더 많은 국내 기업 진출이 잇따를 전망이다.
미얀마가 현지 사무소에서 지점으로 전환 없이 법인 설립 인가를 내준 것은 기업은행이 처음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하며 취임한 윤종원 은행장의 첫 해외 진출 성과기도 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지 진출 국내 기업뿐 아니라 현지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기업금융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포스트 베트남’이라고 불리는 미얀마 진출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성장잠재력, 금융 인프라 확대 가능성, 국내 기업 수요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지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미얀마에는 현재 300여 개 국내 기업이 진출했다. 미얀마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7%에 달하지만 금융 인프라는 아직 취약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의 법인 설립 인가는 주택 공급 확충과 양국 경제협력 등 미얀마 정부의 정책적인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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