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일산에서 얼갈이 배추를 생산하는 농부 차영성 씨(60)는 요즘 농사일보다 걸려오는 전화 응대에 더 바쁘다. 대부분 “농번기 일손이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가서 일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 떠난 농촌 구인전쟁’(본지 4월 4일자 A2면 참조) 기사에서 실명으로 인터뷰를 했다. 그러자 차씨에게 "어떻게 도와줄수 있냐"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농촌에 봉사활동을 하거나 일을 하고 싶다는 문의들이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이 운영하는 귀농귀촌센터에는 농번기 단기 일자리를 찾는 문의전화가 폭증했다. 군과 기업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차씨는 농작물을 롯데마트에 납품한다. 봄철이 되면서 기온이 올라 생산량이 많아진데다 마트에서 요구하는 물량도 늘었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외국인 국내 입국이 제한되면서 이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7명에서 5명으로 줄었다. 이런 사정이 한경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차씨는 지난 6일 군부대에서도 연락을 받았다. 장병들을 동원해 일손을 돕겠다는 내용이었다. 농민의 요청을 받아 수확철에 군인들이 농촌 일손돕기에 나서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기사를 보고 군부대서 먼저 제안오는 경우는 드물다. 한 유통 대기업 대표는 차씨에게 “임직원들과 함께 농촌 일손돕기 활동을 사회공헌 차원에서 해보고 싶다”는 제의도 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농장의 인력 부족 상황이 어떤지 문의가 왔다.
차씨는 “과분하게 쏟아지는 관심을 받아들이지도 거절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숙련도가 필요한 수확 작업을 과연 경험이 없는 자원봉사자가 와서 할 수 있을지, 농사일을 일일이 가르쳐가며 일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농촌의 당면 과제로 떠오르면서 법무부를 비롯한 정부 주요부처도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우선 비자 목적에 맞지 않더라도 일시적으로나마 노동을 허가했다. 법무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부터 방문동거(F-1 비자) 자격으로 체류중인 외국인 5만7000명도 농촌에서 한시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도 대기자 4000여명에 한해 계절 근로를 허용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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