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락 틈 탄 사우디…유럽 에너지社 4곳 사냥

입력 2020-04-10 11:22   수정 2020-07-0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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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유럽 주요 에너지기업 네 곳의 지분을 총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어치 사들였다. 최근 유가가 폭락해 에너지기업 주가가 내리자 ‘저가 매수’로 지분을 확보해 원유시장의 영향력 강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 PIF는 지난 수주간 노르웨이 에퀴노르, 영국·네덜란드 로열더치셸, 프랑스 토탈, 이탈리아 에니 등의 지분을 매입했다.

사우디 PIF는 지난주엔 에퀴노르 주식을 2억달러어치 매입했다. 이번 거래로 사우디 PIF는 에퀴노르의 12번째 대주주가 됐다. 3월 말부터 지난 6일까지 약 1주일에 걸쳐서는 토탈 주식 1450만달러어치를 샀다.

사우디 PIF가 지분을 매수한 각 기업 주가는 올 들어 20~30%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석유 수요가 확 감소한 와중에 사우디와 러시아가 증산 경쟁을 벌여서다. 에퀴노르 주가는 지난 8일 기준 올초 대비 약 20% 하락했다. 로열더치셸은 35%, 에니는 33%, 토탈은 31%씩 주가가 하락했다.

사우디 PIF는 최근 주요 분야 기업 주식을 끌어모으고 있다. 6일엔 세계 최대 크루즈 기업 카니발 주식 4350만 주를 취득해 이 기업의 2대 주주가 됐다고 발표했다. 카니발 주가는 올초 대비 80%나 폭락했다.

사우디 왕실 측근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앞으로 몇 주간은 PIF가 인수·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저평가된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 PIF의 운용자산은 3000억달러(약 366조원)가 넘는다. 우버, 테슬라 등을 비롯해 관광업 등 신사업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이 펀드는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대규모 경제 개혁 프로젝트 ‘비전2030’의 자금을 대는 주요 통로를 맡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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