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 기자] 틀에 박힌 것은 지루하다. 분명히 트렌드는 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그 안에서 색다른 개성을 발휘한다. 기존의 수동적으로 유행을 따라갔던 이들과 다르게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생성해나가는 소비자, Z세대들. 그들의 ‘아웃핏(Out Fit)’은 이런 모습을 잘 보여준다. 시크함과 웨어러블함을 추구하는 그들에게 더는 ‘패션 선도자’라는 타이틀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터넷과 SNS 세계 속 표현이 자유로운 그들은 문화적인 콘텐츠를 이끌어가는 역할도 수행한다. 혼란 속에 이루어졌던 90년대 플랫폼을 넘어 눈부신 디지털 솔루션의 도래는 지금의 세대를 뒤바꾸어놓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에이지(Digital Age)’에 태어난 세대인 만큼 기술에 정통한 것. Z세대는 이러한 미디어에서 정치와 시사에 대한 강한 견해를 보여줘 많은 주목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전의 세대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미디어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던 이전 세대들에 비교했을 때 시간적, 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다원화된 커뮤니케이션을 나눈다는 특성이 있다. 다른 도시, 다른 나라를 막론하고 또래 친구, 혹은 전 세계적 저명인사에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 그만큼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고 수많은 정보를 학습하게 돼 실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단순한 광고 및 캠페인보다 특색 있는 것을 추구한다는 점도 이들의 특성. Z세대에게는 전통적인 마케팅이 효과가 없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들을 위해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광고로 이들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NS 공간 속 길고 짧은 광고 영상은 새로운 세대에 효과적이다. 이제 과거의 ‘UCC’를 벗어나 ‘크리에이티브 비디오(Creative Video)’ 플랫폼 시대에 도약한 것.
디지털 세계 속 창작 욕구가 강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연예, 스포츠, 패션, 뷰티 등 다양한 분야의 마케팅을 재정의하는 ‘CC(Culture Creators) 세대’인 것. CC세대는 자기 주도적으로 콘텐츠를 발견하고 그 영역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Y세대와 주어진 디지털 환경은 유사하지만 그곳에서 더욱더 실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새롭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아직 경제활동은 거의 없지만 잠재적인 구매력을 지녔기 때문에 눈여겨봐야 하는 재목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바로 브랜드의 윤리의식을 강조하고 상품 제조 소싱 시스템에 대해서 양심적인 공개를 원하기 때문. 패션, 뷰티 분야에서 두터운 사회성을 갖췄기 때문에 문화를 선도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이번 기획 기사에서는 Z 세대의 패션과 그에 따른 마케팅 트렌드에 대해 탐구해보고자 한다.
내 몸을 사랑할 권리,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ity)’
‘자기 몸 긍정주의’라고도 불리는 이 트렌드는 Z세대 패션에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양상. 외모와 체형 관계없이 자신 몸 자체를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점, 일반화된 성적 기준에 몸을 맞추는 편견에 벗어난다는 점은 당당한 자기표현을 보여준다. 단순하게 패션, 뷰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건강, 라이프 스타일에도 깊이 관여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적 고정관념이 탈피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의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만큼 ‘플러스 모델’, ‘시니어 모델’ 등 다양한 모델 군이 주목받고 있다.
컬렉션 무대 속의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Z세대의 목소리에 눈을 돌리고 힘을 싣고 있다. 다양한 국적의 모델을 등장시키기도 하며 임신한 모델을 런웨이에 당당하게 세우기도 하는 것. 다양성과 포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그들이다. 패션계의 신흥 주자 ‘리한나(Rihanna)’는 바디 포지티브로 이슈를 다시 몰고 왔다. 모두가 입을 수 있는 언더웨어 브랜드 ‘세비지 x 펜티(Savage x Fenty)’를 통해 성별, 인종, 체형과 관계없이 편한 속옷을 입는 데 주력했다.
스타일의 무한성, ‘티모시 살라메(Timothée Chalamet)’
할리우드 라이징 스타 ‘티모시 살라메’는 수려한 외모만큼이나 빛나는 패션 센스를 선보인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레이디 버드(Lady Bird)’ 등 다양한 영화 속에서 비주얼을 입증한 그는 이미 Z세대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그의 폭넓은 연기처럼 패션 스타일 또한 다채로운 색깔을 담고 있다.
공식 석상에서는 딱딱한 테일러드 수트를 벗어나 실키하고 관능적인 수트로 젠더리스 웨어를 보여주는가 하면, 평상복으로는 심플한 그레이 스웨트 셔츠와 투박한 블랙 부츠 조합으로 웨어러블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느 한 착장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 위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해내는 모습은 Z세대의 로망이자 워너비 스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아메리칸 캐주얼의 완성, ‘헤일리 비버(Hailey Bieber)’
세계적인 패션 모델 ‘헤일리 볼드윈’은 2018년 저스틴 비버와 결혼하고 ‘헤일리 비버’라는 이름을 바꿨다. 아메리칸 팝의 퍼스트레이디가 된 그는 누구보다도 쿨하고 자유분방한 패션을 자랑한다. 루즈한 데님 진, 감각적인 크롭탑, 형형색색의 스니커즈 등 그를 꾸며주는 아이템은 많지만 ‘아메리칸 캐주얼(American Casual)’이라는 이름 하나로 정의할 수 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그의 데님 웨어는 때로는 오버 사이징하기도 하며 때로는 핏하게 연출해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결혼하기 전 관능적인 섹시룩으로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냈던 그는 ‘미세스 비버’로 변신하며 웨어러블함에 눈을 떴다. 체리 컬러 트랙슈트에 힐이 달린 부츠를 스타일링했던 모습은 파격 그 자체. 실용성과 유니크함 모두를 추구하는 Z세대의 특성에도 걸맞다. 과거 짧은 드레스로 섹시 심볼이 되었던 그도 아름답지만 사랑하는 이와 함께 편한 캐주얼 웨어를 맞춘 그의 모습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사진출처: Fucking Young!, 세비지 x 펜티, 티모시 살라메, 헤일리 비버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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