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인간관계·사회활동…은퇴준비 "어떻게 되겠지"는 금물

입력 2020-04-10 16:59   수정 2020-04-11 02:01

우이상 씨(63)는 3년차 은퇴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동호회 활동도 줄이고 외식·여행도 삼가는 등 힘들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전엔 그야말로 ‘액티브 시니어’로 은퇴 후 삶을 만끽했다. 은퇴 준비를 하면서 꿈꿨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실행했다. 작년 여름엔 미국 뉴욕에서 출발하는 버뮤다 크루즈를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월급쟁이로 열심히 일한 30년 세월을 제대로 보상받는 듯했다. 작년 초 고교 동창들과 함께한 대만 골프 여행도 너무 좋았다. 회사 생활에 찌들어 있던 때와 달리 처음 가본 코스인데도 스코어는 되레 잘 나왔다. ‘이런 게 정말 행복한 은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우씨의 행복한 은퇴는 저절로 이뤄진 게 아니다. 첫 번째 비결은 탄탄한 재무 준비다. 40대 초에 부부가 각자 개인연금에 가입해 60세부터 연금을 받고 있다. 변액연금이 아니라서 이번처럼 증시가 급락해도 걱정이 없다. 60세 퇴직과 동시에 받기 시작한 퇴직연금에다 올해부턴 국민연금도 나온다. 3층 연금만으로도 부부가 살아가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파트도 5년 전 서울 외곽의 작은 주택형으로 갈아탔다. 귀농도 잠깐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편의시설이 충분한 도시가 낫겠다 싶어서다. 남은 돈으로 투자한 오피스텔에서 꼬박꼬박 월세가 나온다. 직장에 다니는 외동딸 혼수 밑천이다. 오피스텔을 처분해서 결혼시킨 뒤엔 지금 사는 아파트로 주택연금을 받을 작정이다.

두 번째 비결은 다양한 사회관계망이다.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면 여느 퇴직자처럼 퇴직과 동시에 사회관계망이 무너졌을 것이다. 일 때문에 만난 사이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퇴직 전부터 동호회 활동을 준비했다. 은퇴하면 매년 해외 여행을 다닐 요량으로 스페인어 공부 모임에 들었다. 목공도 배우기 시작했다. 내 손으로 뭔가를 직접 만드는 기쁨을 느끼고 싶어서다. 목공 기술을 배우는 사람들과 함께 봉사 활동도 계획 중이다.

세 번째 비결은 가사 분담이다. 퇴직 전엔 요리,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부인이 도맡았다. 우씨는 은퇴 후 ‘삼식이’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요리를 배웠다. 몇 가지 간단한 요리는 이제 본인보다 낫다며 우씨의 부인도 행복해한다. 설거지도 자신의 몫으로 삼았다. 그래서 우씨 부부는 ‘퇴직 허니문’ 기간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실 우씨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여러 은퇴자 사례를 조합한 가공의 인물이다. ‘우’리들이 ‘이상’처럼 염원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은퇴 후에 우씨처럼 되기는 쉽지 않다. 돈 걱정 없고, 즐거운 일을 함께할 사람이 주변에 많고, 배우자와도 원만한 관계라니 말 그대로 이상에 가깝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은퇴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사람이 55.8%로 절반을 훨씬 넘는다. ‘보통이다’가 35.6%, ‘잘 돼 있다’가 8.6%다. 100명 중 9명 정도만 우씨처럼 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은퇴 준비에 관심을 갖고 하나씩 준비해야 한다. ‘나는 은퇴하면 무슨 돈으로,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출발점이다. 다시 말해 돈, 인간관계, 사회활동 등이 핵심이다. 이것들은 별개가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다. 은퇴 후에도 사회활동을 하면서 소액이라도 돈을 벌 수 있고, 그런 활동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어주기도 한다. 제일 경계해야 할 대상이 ‘어떻게든 되겠지’다. ‘지금 살아가기도 바쁜데’라는 생각까지 가세하면 우씨 같은 노후는 멀어진다. 핑계 대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준비 잘해서 은퇴합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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