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베개’ ‘퓨어썸샤워기’ 등 효자상품의 인기에 힘입어 예비 유니콘기업으로 초고속 성장한 미디어커머스업체 블랭크코퍼레이션이 지난해 적자전환했다. 설립 3년 만에 1000억원대 매출, 10%대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만큼 가팔랐던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인력 확충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와 신사업 투자, 스톡옵션 등으로 ‘성장통’을 앓으며 손실이 불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매출 1315억원, 영업손실 89억원, 순손실 92억원을 냈다고 공시했다. 2018년과 비교해 매출은 52억원(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감소하며 적자전환했다.
회사는 새롭게 진출한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 지역에서 225억원 매출이 나오며 지난해 전체 매출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바디럽, 블랙몬스터 등 기존 브랜드 또한 견조한 상승세를 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매출이 늘어난 것과는 반대로 영업손실과 순손실 폭은 커졌다.
먼저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2018년 77억원이었던 급여는 지난해 135억원으로 58억원(75.3%) 증가했다. 전문 인력을 회사로 데려오면서 지출하는 스톡옵션에 해당하는 비용(주식보상비용) 또한 2018년 16억원에서 지난해 34억원으로 18억원(115.7%) 늘어났다. 블랭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생산품질과 고객서비스, 디자인 등 역량강화를 위해 인재를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신설한 자회사 블랭크C와 블랭크K의 적자 또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탤런트 김지우씨가 합류하며 출범한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블랭크C는 지난해 5억원의 영업손실 및 순손실을 냈다. 한류 기반 여행스타트업 블랭크K도 지난해 10억원의 영업손실 및 순손실을 봤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입한 비용 또한 영업손실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은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 결과, 유명 연예인 김희철씨가 진행을 맡은 패션예능 콘텐츠 ‘고등학생 간지대회(고간지)’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17만명을 모으며 10대 사이에서 인기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제작비용이 만만치 않다. 시즌2의 제작비는 지난해 시즌 1 제작비 15억원보다 더 상향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블랭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미디어커머스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인플루언서를 키우고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실험하는 선(先)투자 단계”라고 설명했다.
회사측은 회계기준 변경(K-IFRS)으로 전환상환우선주가 새롭게 부채로 인식되며 6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고도 덧붙였다.
2016년 설립된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자사 브랜드(PB) 상품을 홍보하는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에서 인기몰이를 하며 성장한 미디어커머스 업체다. 설립자인 남대광 대표가 사내 복지를 위해 개인 재산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도 시장에서 유명하다. 남 대표는 지난달 사재로 회사 어린이집을 개원한 데 이어 300억~400억원에 이르는 가치의 개인 지분을 전직원에게 증여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한편, 미디어커머스 선두업체 블랭크코퍼레이션의 적자전환은 기업공개(IPO)를 계획 중인 동종 업체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전망이다. 요가복 브랜드 '젝시믹스'로 잘 알려진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당장 올 상반기 중 IPO에 나설 계획이었다. 화장품 등 뷰티용품 중심의 미디어커머스업체 에이피알 또한 올해 안으로 코스닥 상장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랭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지난해 투자로 올해 1분기는 매출과 이익이 모두 상승하는 등 결실을 내고 있다”며 “견조한 실적 성장을 위해 과감한 투자 기조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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