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저평가' 보험주가 눈을 떴다

입력 2020-04-10 17:27   수정 2020-04-11 01:2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타격받은 보험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시가총액이 커 몸집이 무거운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대형주가 하루에 10% 이상 올랐다. 푸르덴셜생명이 2조2650억원이라는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KB금융에 팔리자, 보험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르덴셜 매각에 보험주 인기↑

10일 코스피지수는 1.33%(24.49포인트) 오른 1860.70으로 마감했다.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0.31%)와 SK하이닉스(-1.06%)의 부진에도 미국 제약사와 코로나19 치료제 수탁생산 계약을 맺은 삼성바이오로직스(16.82%) 등 주요 대형주의 선전에 힘입어 지난달 11일 이후 한 달여 만에 1860선 탈환에 성공했다.

업종별로는 생명보험(14.63%)과 철강(6.90%) 등이 많이 올랐다. 특히 생명보험은 시가총액 10조원이 넘는 삼성생명이 14.48% 상승했고, 한화생명은 21.55% 급등했다. 메리츠화재(9.68%), 롯데손해보험(9.39%) 등이 속한 손해보험업종도 4.43% 올랐다.

시장에서는 올 들어 유독 낙폭이 컸던 보험주의 ‘명예회복’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국내 보험사 순이익 합계는 5조3367억원으로 2018년 대비 26.8% 줄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생명보험사의 수익이 악화한 것은 금리 하락으로 보험영업손실이 커진 게 원인이다. 손해보험사도 장기보험 사업비 증가와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등으로 수익이 줄었다.

보험사 주가는 실적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졌다. 2018년 말 0.53배였던 삼성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지난 9일 0.23배까지 하락했다. 한화생명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도 같은 기간 PBR이 반토막 났다.

“코로나19에도 지급 여력 탄탄”

KB금융이 자산 21조794억원으로 생명보험업계 11위인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것이 반등의 계기가 됐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의 가치를 PBR 0.8배 정도로 책정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 생명보험사 PBR 평균이 0.2배 수준에 그치는 상황에서 신한금융이 2018년 오렌지라이프생명을 인수할 당시와 비슷한 PBR을 매겼다”며 “매각 측에 주어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그만큼 현재 생명보험 업종에 대한 저평가가 극심하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저평가주를 찾던 투자자들이 보험주로 몰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명보험사가 입는 충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생명보험사들은 보험계약자들의 돈을 채권 48%, 대출 19%, 외화유가증권 16%, 주식 등 기타 17% 순으로 운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생명보험사들이 보유한 채권의 신용등급이 떨어진다. 이는 생명보험사 보유자산의 부실화(신용 리스크)와 지급여력(RBC) 비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생명보험사 보유 채권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돼도 실질적으로 RBC 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등 4개 생명보험사 보유 채권 중 30%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경우 RBC 비율은 292.9%로 작년 6월 말 기준 311.0% 대비 18.1%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생명보험사 신용위험액 중 83%가 채권 등 유가증권과 대출채권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일부 부실이 생겨도 RBC 비율이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로 각국의 통화완화 등 부양책이 쏟아지면서 금리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점은 보험사 수익성 개선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자산운용 수익률이 2%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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