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대구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전날과 같은 6807명이었다. 대구의 신규 확진자는 2월 29일 741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3월 초순까지만 해도 하루 추가 확진자가 300∼500명 사이를 오갔다.
이후 한 달여 만에 0명이 된 데는 대구시의 강력한 방역활동과 시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그리고 의료진의 헌신이 결정적이었다. 대구시는 사태 발생 후 신천지 신도 1만439명과 정신병원 요양병원 등 사회복지시설 750곳, 4만5132명을 전수 조사해 감염자를 가려냈다. 사회복지시설 전수조사를 12일 만에 끝냈다.
시민들은 방역지침에 따라 이동을 자제했다. 6·25전쟁 때도 문을 열었던 500년 전통의 서문시장이 1주일간 문을 닫았고 번화가인 동성로의 상점들도 폐쇄됐다. 휴일인 3월 1일 동대구역 KTX 승하차 인원은 2909명으로 전년 같은 날(4만3863명)의 6.6%에 불과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도 대구를 벗어나는 사람은 드물었다는 얘기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전국 의사·공중보건의 300여 명과 간호사 900명 등 의료진 1200여 명이 현장으로 달려왔다. “2년 전 위암 판정을 받고 치료를 막 마쳤다”는 간호사도 있었다. 이들의 노력으로 대구지역 환자 6807명 중 완치자는 이날까지 5274명이나 됐다. 완치율은 77.5%로 전국 평균(68.1%)보다 높다. 완치가 안 된 환자 중 1085명은 전국 58개 병원에, 357명의 무증상자와 경증 환자는 6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해 있다.
그동안 확진자의 급격한 감소에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던 의료전문가들도 이날은 다소 긍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김신우 경북대 의대 교수(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는 “‘신규 확진자 0’은 지역사회의 고위험군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치료약과 백신이 나올 때까지는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고 환자를 찾아내 즉각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고위험군 없지만 조심스러운 대구
유흥업소 등 밀집지역 특별 점검
대구 시민들의 삶은 다소 활기를 되찾았다. 동성로에서도 이른 아침부터 가게 문을 여는 곳이 늘고 있다. 버스 지하철 등 교통량도 많이 늘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신천대로 하루 차량 통행량은 코로나19 극성기였던 지난달 첫째 주 7만333대로 작년 평균(9만4374대) 대비 74.5%로 떨어졌다가 이달 첫째 주에는 8만9293대로 94.6%까지 회복됐다. 평소 하루평균 45만 명에 달했던 대구 도시철도 이용객도 한때 5만 명 수준까지 내려갔다가 최근 절반 수준인 22만 명으로 회복됐다.
대구시는 그러나 ‘2차 대유행’ 등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하며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백신과 치료약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서울을 중심으로 유흥업소 등 새로운 고위험군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완치자 가운데서도 다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코로나바이러스의 성격이 완전히 규명되지도 않았다.
대구시는 지난 9일 완치자 5001명에 대한 전화 조사를 통해 이틀 만에 다시 증상을 보인 316명을 파악했다. 시는 이들에 대해 검사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설득을 통해 재확진 여부를 가려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제거해나갈 계획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세계적인 대유행을 볼 때 일시적 봉쇄, 사회적 거리두기로 끝날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전문가들도 2차 대유행 가능성과 장기전 대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정부 차원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기간이 끝나는 이달 19일 이후까지도 고려한 방역 대책을 준비 중이다. 시민단체, 상공단체 등 각계가 참여하는 범시민 대책위원회를 다음주 발족할 계획이다. 생활방역체계로의 전환을 위해 당국이 주도해온 방역체계를 시민과 함께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교회 학원 콜센터 유흥업소 등 성격을 달리하는 집단별로 특화한 방역 수칙도 마련하기로 했다. 시는 유흥업소에 대해서는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11일까지 이틀간 동성로, 동대구역, 황금네거리 등 유흥주점 밀집 구역을 대상으로 경찰과 함께 특별 점검한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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