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바이오업체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와 코로나19 치료제 수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발표했다. 계약금액은 4418억원이다. 지난해 매출(7015억원)의 63%에 이르는 대형 계약이다. 지난해 전체 수주액(3383억원·최소 보장금액 공시기준)보다 많다. 회사 관계자는 “2016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후 이뤄진 단일 계약 중 원화 기준으로 가장 큰 수주액”이라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계약한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감염성 질환 예방 및 치료제 개발 업체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사람의 항체를 분리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가 자체 개발하고 있는 중화항체를 수탁 생산하게 된다. 이 중화항체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로 꼽힌다. 이 코로나19 치료 물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속승인(패스트트랙) 후보물질로 승인돼 심의 기간이 단축되고 임상 절차가 간소화됐다. 아직 치료제로는 승인받지 못했고 임상을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치료제 제조 기술을 이전받아 내년부터 인천 송도에 있는 3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확정의향서를 맺은 만큼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가 치료제 승인을 받지 못하더라도 이번 계약금 전액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스캥고스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치료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대량생산 설비를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임상을 통해 치료제의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면 바로 대량생산에 들어가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업계에선 이번 계약으로 한국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넘어 치료제 생산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 생산을 놓고 의약품수탁생산(CMO)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내 업체가 계약을 따낸 것은 국내 바이오업계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글로벌 최첨단 생산시설을 통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전 세계 환자들이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치료제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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