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제101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 참석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오늘의 우리를 만든 뿌리"라면서 "친일이 아니라 독립운동이 우리 역사의 주류였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2017년 12월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로 '중경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했고, 그곳에서 '임시정부 기념관을 짓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광복이 우리의 힘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2021년 완공될 국립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에 영원히 새길 것"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3·1 독립운동의 유산과 임시정부의 정신이 오늘에 살아있게 하고, 우리 미래세대들이 새로운 역사의 당당한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리고 알리는 일을 잠시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유공자의 보훈도 더욱 강화하겠다"면서 "국가유공자와 가족들이 가까운 곳에서 편리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위탁병원을 지난새 320개에서 올해 420개로 늘리고 2022년까지 640개로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100년 전 선열들이 반드시 광복이 올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고난을 이겨냈듯, 우리는 연대와 협력으로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을 헤쳐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를 넘어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사회·경제적 위기는 더욱 클지도 모르지만 어떤 위기가 오든 국민의 통합된 힘으로 다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은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국립 대한민국 입시정부 기념관 기공식'과 함께 진행됐으며, 코로나19 여파로 행사 규모를 축소해 5부 요인과 정당 대표, 국무위원, 임시정부 요인과 독립유공자 후손 등 약 100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임정 기념관을 건립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임정의 정신을 오늘의 역사로 우리 곁에 두기 위해서"라며 "임정의 독립운동은 '반일'에 머무르지 않고 자유·평등, 화합과 통합, 인류애라는 위대한 정신을 남겼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총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반일 정서를 강조함에 따라 친여 성향의 반일 여론 결집을 의도한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제101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사 전문이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임시정부 요인 후손과 광복회원 여러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오늘의 우리를 만든 뿌리입니다. 대한민국의 법통이며 정신입니다.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걸었던, 위대한 독립의 길을 생생히 기리기 위해 모였습니다. 치열했던 역사의 장면들, 뜨거웠던 사람들의 삶을 임시정부 기념관에 영원히 새겨 넣고자 함께했습니다.
2017년 12월,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중경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했고, 독립운동가들의 혼과 숨결이 서려 있는 그곳에서 "임시정부 기념관을 짓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2015년 기념관 건립을 처음 제안하고 건립을 위해 애써 오신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사업회와 김자동 회장님, 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와 이종찬 회장님께서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셨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1주년을 맞은 오늘 그 기념과 함께 드디어 기공식을 하게 되어 매우 감격스럽습니다.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한 세기 동안 임시정부의 역사와 정신을 계승해온 임정 요인들의 후손과 광복회원들께 국민들을 대표해 깊은 존경의 마음을 바칩니다.
국민 여러분,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제에 빼앗긴 우리 민족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수립했고, 우리가 독립국 민주정치의 자유민임을 선언했습니다.
이민족의 지배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군주주권의 역사를 국민주권의 역사로 바꾸었고, 전제군주제에서 민주공화제의 새 역사를 열었습니다.
이곳 서대문형무소에는 3·1독립운동의 '순결한 남녀의 피'가 배어있습니다. 3·1독립운동으로 각성한 평범한 이들이 독립운동가가 되었고 그들의 혼이 이곳에 서려 있습니다.
3·1독립운동이 낳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세계사에서 전무후무한 27년간의 독립운동을 전개했고, 기어코 해방과 자유를 쟁취하여 오늘의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으로 이어졌습니다.
임시정부는 고난과 역경의 길을 걸었지만, 결코 혼자인 적이 없었습니다.
국내와 중국, 연해주의 동포는 물론 미국 하와이를 비롯한 캘리포니아주의 동포들, 멕시코의 사탕수수 농장과 쿠바 에네켄 농장의 동포들까지 피와 땀이 담긴 성금을 임시정부에 보냈습니다.
1935년, 일본의 감시와 공격을 피해 상해에서 탈출한 임시정부는 항주, 진강, 장사, 광주, 유주, 기강 등의 도시를 거쳐 1940년 중경에 도착했습니다. 독립의 열망을 간직한 겨레가 있었기에 장장 6천 킬로미터가 넘는 대장정을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임시정부는 1941년 일제와의 전면전을 선포했고, 1942년 독립운동 세력 내의 좌우합작으로
항일무장투쟁 역량을 집결한 광복군을 창설해, 미얀마와 인도에서 영국군과 함께 연합작전을 수행했습니다.
임시정부의 치열한 독립투쟁과 줄기찬 외교적 노력으로 1943년 '카이로 선언'에서 우리는
식민지 나라 중 유일하게 독립을 보장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진정 위대한 것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항전 속에서 민족의 역사를 변화시키고 민주적 역량을 발전시킨 것입니다. 인내와 헌신, 연대와 협력으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기틀을 단단히 다진 것입니다.
임시정부 최고의 어른, 석오 이동녕 선생은 "산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山溜穿石)라는 좌우명을 남겼습니다.
역경에 굴하지 않았던 숭고한 애국심의 바탕에는 평범한 이들이 보여준 용기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있었고, 불의에 당당히 맞서는 인간의 위대함이 있었습니다. 장구한 세월 나라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친 임시정부의 선열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을 건립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임시정부의 정신을 오늘의 역사로 우리 곁에 두기 위해서입니다.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은 단지 '반일'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자주독립'과 함께 인간의 존엄을 본질로 하는 '자유평등', 성별, 빈부, 지역, 계층, 이념을 아우르는 '화합과 통합' 인류의 문화와 평화에 공헌하는 '인류애'라는 위대한 정신을 유산으로 남겨주었습니다.
오늘 김원웅 광복회장님이 들려준 '대한민국 임시헌장'과 윤기섭 지사님의 외증손녀, 정고은 학생이 낭독한 '대한민국 헌법' 속에서 우리는 그날의 정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에는 나라의 주인으로 일어난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 대한민국을 세운 수많은 선조들의 이야기가 담길 것입니다.
교사와 학생, 종교인, 경찰과 관료, 의사와 간호사들, 이름 없는 지게꾼과 장돌뱅이, 맹인, 광부, 소작인, 머슴, 기생들도 독립운동사의 자랑스러운 주인공으로 새겨질 것입니다.
또한 우리 군과 경찰의 뿌리도 함께 남겨질 것입니다.
신흥무관학교에서 시작해 광복군으로 결실을 본 육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설립한 '한인 비행사 양성소'에서 시작해 광복군 총사령부 '공군설계위원회'가 기틀을 세운 공군, 독립운동가와 가족들, 민간 상선사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해군, 우리는 임시정부 기념관에서 '국민의 군대'의 뿌리 역시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에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것입니다.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 백범 김구 선생이 경찰의 임무로 강조한 '자주독립의 정신과 애국안민의 척도'는 오늘까지 이어지는 경찰 정신의 원천입니다.
우리는 '민주·인권·민생' 경찰의 뿌리가 임시정부에서 시작되었음을 자긍심으로 삼게 될 것입니다.
광복이 우리의 힘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우리는 2021년 완공될 국립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에 영원히 새길 것입니다. 친일이 아니라 독립운동이 우리 역사의 주류였음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정부는 3·1독립운동의 유산과 임시정부의 정신이 오늘에 살아있게 하고, 우리 미래세대들이 새로운 역사의 당당한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리고 알리는 일을 잠시도 멈추지 않겠습니다.
지난 3월 19일 국무회의에서,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효창공원 독립유공자 묘역을 비롯한 전국 독립유공자 합동묘역 12개소와 6·25 전몰군경 등이 안장된 국가유공자 합동묘역 45개소를 국가관리 묘역으로 지정하려는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효창공원을 '독립기념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도 추진해 가고 있습니다. 2024년이면, 국민들이 일상 속에서 독립운동가의 삶과 정신을 기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될 것입니다.
국가유공자의 보훈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국가유공자와 가족들이 가까운 곳에서 편리하게 진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위탁병원을 지난해 320개에서 올해 420개로 늘리고, 2022년까지 640개로 확대하겠습니다.
올해 광주보훈병원 재활센터의 개원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네 개 지방보훈병원에 재활센터를 확충하면 진료와 재활, 요양을 연계한 진료체계도 더 편리하게 구축될 것입니다.
올 11월이면 강원권 요양원이 완공됩니다. 내년 전북권 요양원도 차질 없이 문을 열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독립·호국·민주'에 헌신한 국가유공자와 가족들에 대한 보훈과 예우는 국가의 존재가치와 품격을 가늠하는 척도입니다. 정부는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이 일상에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국가의 도리를 다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임시정부 요인 후손과 광복회원 여러분, 100년 전 선열들이 반드시 광복이 올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고난을 이겨냈듯, 오늘 우리는 연대와 협력으로 '코로나19'의 비상하고 엄중한 상황을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성숙한 자제력과 인내심으로 일상을 양보해 주셨고, 서로 나누고 격려하며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어떤 고난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독립 선열들의 강인한 정신이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낍니다.
'코로나19'에 함께 맞서면서 우리는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내 행동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성찰하며, '우리'를 위한 실천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넘어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사회·경제적 위기는 더욱 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떤 위기가 오든 우리는 국민의 통합된 힘으로 다시 위기를 극복할 것입니다.
독립 선열들의 정신과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의 무게를 깊이 새기며,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끼리 연대하고 협력할 것이며, 나아가 세계와도 연대하고 협력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고난과 역경에 맞설 때마다 우리에게 한결같은 용기의 원천이 되어 주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은 우리가 더 나은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때도, 분단과 적대를 넘어 평화와 통일을 꿈꿀 때도, 포용과 상생이라는 인류의 가치를 구현해 갈 때도, 언제나 가장 큰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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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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