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업에서 고전해오던 LG전자가 승부수를 던졌다. 8년 만에 'G' 시리즈 브랜드를 없애고 과거 '초콜릿폰'처럼 새로운 디자인과 정체성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바꿔잡았다. 그간 부진 속에서도 도전보다 안정을 택해온 LG 폰이 반등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LG전자에 따르면 기존 G 브랜드를 뗀 매스(대중) 프리미엄 첫 모델인 'LG 벨벳'을 다음달 국내 출시한다. LG전자의 매스 프리미엄 전략은 플래그십(전략)에 준하는 성능에도 100만원 이하의 합리적 가격대로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디자인에 힘을 줬다. LG전자는 최근 LG 벨벳 3D 디자인 렌더링(가상) 이미지를 공개했다. 이처럼 제조사가 직접 렌더링 이미지를 사전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볼수록 만지고 싶은' 디자인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물방울 카메라'가 우선 눈에 띈다. 후면 카메라 3개와 플래시가 마치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양과 비슷해 붙여진 별칭이다. 그간 가로로 배치하던 후면 카메라 렌즈와 플래시를 세로 방향으로 배열했다. 약간 돌출된 맨 위 메인 카메라가 고성능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2개 카메라는 글라스 안쪽으로 배치돼 심플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LG전자가 처음 적용한 '3D 아크 디자인'도 또 다른 포인트. 삼성전자 갤럭시의 '엣지'와 닮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면 디스플레이 좌우 끝과 후면 커버를 완만하게 구부려 기기 하단에서 보면 가로로 긴 타원형이 된다. 종전 직각 모양은 손으로 잡을 때 빈 공간이 생기지만 LG 벨벳은 타원형이라 손과 밀착되는 접촉면이 넓어져 한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렌더링 이미지만 선보였을 뿐이지만 일단 시장 반응은 좋은 편이다. 여러 정보기술(IT) 커뮤니티와 외신의 호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차용덕 LG전자 MC디자인연구소장은 "한 눈에 봐도 정갈하고 손에 닿는 순간 매끈한 디자인의 세련된 느낌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거론된 '물방울폰'은 아니다. 이른 시일 내 공식 명칭을 공개하겠다"고 했던 LG전자는 이날 신제품 명칭을 'LG 벨벳'이라 공개했다. 최고급 소재인 벨벳처럼 손에 쥐었을 때 느끼는 편안함과 개성을 의미한다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대다수 스마트폰 업체들이 적용하고 있는 '알파벳+숫자' 로 획일적인 스마트폰 네이밍 체계에서 벗어나, 이름에서부터 제품 특성을 직관적으로 표현해 고객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과거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전성기를 이끈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을 떠올리면 된다.
올해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경쟁사들에 비해 스마트폰 시장에 비교적 늦게 진입한 LG전자는 G 시리즈와 함께 또 다른 프리미엄 플래그십 'V' 시리즈를 내세웠지만 최근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근 몇 년간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의 스마트폰 라인업 정리 가능성이 지속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LG전자는 그간 스마트폰 사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자칫 적자 폭 확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2017년 이후 4명의 스마트폰 사령탑을 교체한 끝에 지난해 취임한 이연모 MC사업본부장이 G 시리즈 폐지라는 결단을 내렸다. V 시리즈도 최근 북미 시장 등에 'LG V60 씽큐 5G'가 출시됐지만 차기작부터는 명칭이 변경된다.
LG전자는 올 1분기까지 포함해 20분기 연속 적자가 유력한 MC사업부를 내년에는 흑자전환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신제품을 그 신호탄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플래그십 라인업 전면 개편과 함께 제조업자개발생산(ODM)·합작개발생산(JDM) 비중 확대 카드로 '절치부심'한 LG 스마트폰이 오랜 부진을 털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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