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에 金값 고공행진…"당분간 더 오른다"

입력 2020-04-12 17:31   수정 2020-04-13 00:36

‘안전자산’ 금 가격이 다시 뛰고 있다. 국제 금 선물가격은 트로이온스당 1700달러를 돌파했고, 국내 금 수요도 늘면서 KRX 금시장에서 거래량이 7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미국 등이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자 달러화 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금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값 7년 만에 최고치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지난 9일 6월물 금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트로이온스당 4.07% 오른 1752.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2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금값도 2014년 시장 개설 이후 최고가로 치솟았다. 10일 KRX 금시장에서 금 현물의 1g 가격은 1.38% 오른 6만5340원에 마감했다.

금값은 올 들어 가파르게 뛰다가 코로나19 충격으로 지난달 급락했다.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금까지 팔아치우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제 금 선물가격은 지난 2월 트로이온스당 1682달러까지 고공행진했지만 3월 중순 1480달러 선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지난달 말부터 강하게 반등해 3월 저점 대비 18% 이상 뛰었다.

금값이 오르는 이유는 주요국의 양적완화 정책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고자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급속도로 돈을 풀면서 돈(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103까지 올랐다가 100 아래인 99.50으로 떨어졌다. 시장에선 달러 가치 하락을 헤지(위험 회피)할 투자처로 금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게다가 수요는 쏠리는데 공급이 코로나19 사태로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금값을 밀어올리는 요인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대형 금 제련업체들이 생산 가동을 일시 중단하면서 세계 최대 금 현물시장인 런던에서 미국 선물시장으로의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말 “코로나19 사태가 6월까지 이어지면 금값이 1년 안에 트로이온스당 1800달러로 오를 수 있다”며 “최후의 통화인 금을 사라”는 투자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다양해진 金 투자 방법

금 펀드 수익률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설정액 10억원 이상 12개 금 펀드는 지난주(6~10일) 평균 연 6.98%의 수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연초 대비로는 3.62%, 1년 기준으로는 수익률이 22.70%에 달한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블랙록자산운용,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IBK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이 금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금 투자 방법으로는 금 펀드 말고도 다양하다. 시중은행에서 골드뱅킹을 개설하거나 거래소를 통해 금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등 증권상품을 사도 된다. KRX 금 거래소에서 g 단위로 현물 거래하거나 골드바를 구입할 수도 있다.

은행에서 골드뱅킹 계좌를 개설해 금을 사는 방법은 모바일 앱으로도 가능해 간편하지만 거래 수수료(매매 수수료 1.0% 안팎)와 금융 소득세(매매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 15.4%) 등 비용이 든다. 또 원화를 달러화로 바꿔 거래하기 때문에 환율과 금 시세에 모두 영향을 받는다.

금 선물가격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금 ETF와 ETN은 거래소에서 소액으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수의 두 배로 수익을 내는 레버리지, 지수와 역으로 수익을 내는 인버스 등 파생형 상품도 있다. 거래 수수료는 0.197%로 저렴한 편이며 골드뱅킹·금펀드처럼 금융 소득세가 부과된다.

해외 주식 거래가 늘면서 금 관련 글로벌 ETF에 투자하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뉴욕증시에는 금 가격을 따르는 ‘SPDR골드트러스트’ ‘아이쉐어골드트러스트’ 등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등 금 채굴업체 및 금광업체에 투자하는 ‘반에크벡터스주니어골드마이너스’ ‘아이쉐어MSCI글로벌골드마이너스’ 등이 상장돼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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