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얼굴 확인도 제대로 안하고 사전 투표 했습니다. 마스크 내리라는 말도 없이 투표 시켜주길래 의아했죠"
서울 동대문구 용신동주민센터에서 지난 11일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실시한 선거인 A씨는 직원들이 얼굴 확인도 없이 투표를 하게 해줬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투표에서도 얼굴 확인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제보했다.
10일과 11일 양일에 걸쳐 시행된 21대 총선 사전투표에 역대 최다인 1174만2677명이(26.69%)이 몰렸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유권자 대다수가 마스크를 쓴 채 투표를 하고 있는 가운데 얼굴 확인 작업이 꼼꼼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사전투표에 예상보다 많은 유권자가 몰린데다가 감염 위험성 때문에 진행요원들도 마스크 탈의를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본인 확인 절차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리 투표 등 부정 선거 논란도 일어날 수 있어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투표 전 유권자의 얼굴을 확인하는게 원칙”이라면서도 “이를 어겼다고 선거 관리자나 자원봉사자 등을 처벌하기는 어렵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1m 거리두기로 진풍경 발생...비례 투표용지 길어 투표하기 '불편' 불만도
사람이 몰리면서 투표소에서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11일 영등포구 문래동주민센터 앞에는 100m 넘는 줄이 생겼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100명 안팎이었지만 앞 사람과 1m 이상 거리를 두면서 줄이 길어졌다. 선관위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m 이상 거리두기' 행동수칙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사전 투표소 앞에 흰색 테이프로 간격을 표시했다. 일부 투표장에서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공터에 회오리 모양으로 원형을 그리며 줄을 서기도 했다.
하지만 투표가 진행될 수록 1m 이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아 코로나 19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선관위에서 만든 표시선이 부족하다는 불만도이있었고, 사람이 몰리며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실내 고층에 투표소가 마련된 경우 엘리베이터나 계단에서 접촉이 빈번하게 이뤄져 감염에 대한 우려가 발생했다. 사람들이 더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4·15 선거 당일날 코로나19 확신 피해가 커질 수 있어 유권자들의 자발적인 거리두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길어서 투표하기 불편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역대 최장길이인 48.1cm다.
한 유권자는 "용지도 긴데 당명도 많아 헷갈렸다"면서 "비닐장갑을 낀 상황에서 도장 찍을 칸도 좁아 투표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코로나19의심 증상에 투표소 폐쇄되기도
예상보다 사람이 몰리면서 사건사고도 속출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지를 찍어 SNS에 올린 선거인들을 적발했다. 경기 안산시 상록구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거인 B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사전투표소에서 일하던 사무원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여 투표소가 폐쇄되기도 했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선거관리위원회는 보라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사무원 한 명이 발열 증세를 나타내 투표소 운영을 중단했다. 기흥구선관위는 주민들을 근처 다른 사전투표소로 안내했다.
이번 사전투표에서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코로나19 환자들도 튜표권을 행사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퇴원을 앞둔 경증환자 60여명은 한화생명 라이프파크 생활치료센터 건물 5층 야외 광장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실시했다. 이곳으로 파견 간 선관위 관계자 3명은 환자와의 접촉이 불가피해 고글이 포함된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업무를 봤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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