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재활용품 대란'…정부 "수거업체 지원"

입력 2020-04-12 18:16   수정 2020-04-13 01:06

정부가 12일 재활용품 처리업체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재활용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 ‘쓰레기 대란’ 우려가 확산된 데 따른 조치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쇼핑이 폭증하면서 폐상자가 쏟아지는데 폐지와 폐플라스틱 수출길이 막힌 것도 정부를 움직인 요인이 됐다.


재활용품 업체 부담 경감

환경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의 핵심은 ‘재활용품 가격 연동제’다. 재활용품 수거업체가 아파트와 맺은 재활용품 매입 계약에 시장 가격을 반영하는 제도다. 재활용품 업체들이 아파트에 지급하는 ‘재활용품 매입 단가’를 낮추려는 취지다.

환경부 관계자는 “2018년에 재활용업계의 수거 거부로 ‘비닐 대란’이 일어났듯이 코로나19로 ‘폐지·폐플라스틱 대란’이 벌어질 수 있는데 이번 대책으로 그 우려를 잠재우고 재활용품 수거·운반 업체들의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폐기물 처리업체들은 아파트와 재활용품 매입 가격을 연간 단위로 맺어 왔다. 시시각각 변하는 재활용품 가격을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 재활용품 업체에 불리한 계약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환경부는 영세 재활용품 수거업체에 대한 지원책도 내놨다. 이들 업체에 올해 1분기 재활용산업 육성융자자금 650억원을 집행한 데 이어 2분기에 984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파장에 따라 재활용품이 몰려 민간업체가 처리하기 어려우면 정부가 대신 보관 및 처리하는 내용의 ‘공공비축 제도’도 시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대책에도 재활용품 처리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오면 환경부는 민간 중심의 수거 체계를 즉시 지방자치단체 체계 중심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재활용품 수거 체계를 근본적으로 안정시키면서 수거업체와 상생할 수 있는 공공수거 체계를 올해 안에 도입할 예정이다.

느슨해진 ‘일회용컵 규제’도 바뀌나

환경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재활용품 관련 업체 중 폐지 수집·운반 업체의 부담이 가장 크게 가중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 구매가 늘면서 택배 상자가 급증한 영향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택배 물량은 2억4255만 개로 전년 동기 대비 31.7% 늘었다. 설 선물로 택배가 급증한 1월(2억4533만 개)과 비슷한 수준이다. 충북 청주 재활용선별장업체는 지난 8일 성명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제지회사의 폐지 가격 인하, 폐의류 수출 중단, 폐플라스틱 가격 하락 등으로 사업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라며 “재활용품 수집·운반 업체 등이 공동주택에 지급하는 매입 단가를 70% 이상 낮추는 청주시의 행정조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회용품 줄이기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경기도 내 한 일회용컵 유통업체 사장은 “코로나19로 배달업체들이 호황을 누리면서 주문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환경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개인 위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주기로 했다. 정부는 작년 11월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1년부터 플라스틱컵은 물론 종이컵도 매장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2022년까지 스티로폼 택배상자를 퇴출하는 대책도 추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완화되면 쓰레기 대란 우려가 한층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구은서/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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