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의 보노 "아일랜드 상황 심각, 한국 의료장비 구매하고 싶다"

입력 2020-04-12 17:10   수정 2020-04-12 19:53

록밴드 U2의 리드보컬이자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인도주의 활동가 ‘보노’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아일랜드에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전했다.

보노는 서한에서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과 한국의 선도적인 역할에 대해 깊은 감사를 전한다”며 “매우 중요한 시기에 한국이 보여주고 있는 생명을 구하는 리더십에 전 세계가 감사하면서 또 감명을 받으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생산되거나 재고가 있는 개인보호장비 또는 여타 의료장비, 진단키트 등이 있다면 직접 구입해서 아일랜드에 기증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보노는 현재 아일랜드 상황이 심각해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아일랜드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통찰력과 지식, 무엇보다 가용한 장비를 나눠주실 것을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어 "다만, 위기 상황에서의 한국의 경험과 리더십을 감안, 최선의 방법에 대한 대통령의 고견을 매우 소중하게 받아들 것”이라며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의 팬이다”이라고 적었다.

그는 추신에서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보노는 "대통령은 지난 20년간 제가 만난 정상 중 당면한 업무가 아닌 노래 가사에 대한 언급으로 대화를 시작한 유일한 분”이라며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썼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월 내한 공연으로 한국을 찾은 U2멤버들을 청와대로 초대해 면담한 적이 있다. 당시 공연에서 U2는 마지막 곡 ‘원(One)’을 부를 때 “북한에 평화의 메시지를 보낸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기도 했다.

당시 면담에서 문 대통령은 “오프닝 곡으로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Sunday Bloody Sunday)’, 엔딩곡으로 ‘원(One)’을 불렀다고 들었다"며 "음악적으로도 훌륭하지만, 한국인들로서는 아주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담긴 노래였다”고 평가했었다.

문 대통령은 보노의 서한에 대한 답장은 지난 10일 발송했다. 편지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 내외가 U2의 열성 팬이기 때문에 지난해 12월 청와대 만남은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고, 특히 국제 빈곤과 질병퇴치를 위해 애쓰는 따뜻한 마음에 무척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코로나 대응과정에서 축적된 방역 및 치료경험과 임상 데이터를 국제사회와 적극 공유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지역 등 보건 취약 국가 지원을 위한 글로벌 협력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그간 수많은 위기와 도전을 극복한 국민들의 저력을 바탕으로 아일랜드가 이번 코로나19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요청한 의료장비 구입 건에 대해서는 우리 관계 당국과 협의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면서 “앞으로도 전 세계적인 평화의 메신저로서 큰 활약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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