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12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범진보 180석 가능’발언에 대해 일제히 선을 긋고 나섰다. 자만과 오만에 대한 경계 차원으로 보이지만, 민주당 내에선 유 이사장이 민주당과 연관된 총선판에 뛰어드는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기류도 있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이날 구기동 유세에서 “민주당 안에 있는 사람들, 때로는 바깥에 있는 분들이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곤 한다”며 “나는 선거가 끝나는 순간까지, 선거 이후에도 늘 겸손하게 임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 그런 일은 조심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 “누가 국민의 뜻을 안다고 함부로 말할 수 있나”라며 “국민의 뜻은 늘 준엄하고,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씀을 우리 당원 동지와 지지자들에게 거듭거듭 드린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페이스북에도 “선거결과의 섣부른 전망을 경계한다”고 썼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도 이날 전남 순천에서 열린 소병철 후보와의 정책협약식에서 “당 바깥에서 우리가 다 이긴 것처럼 의석수를 예상하며 호언하는 사람들의 저의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며 “결코 호락호락한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모두 자중자애하면서 더 절박하고 더 간절하게 호소하고 몸을 낮춰도 겨우 이길까말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역시 유 이사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앞서 유 이사장은 지난 10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범진보 진영의 180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유 이사장의 발언은 자칫 오만으로 비쳐지면서 야당 지지층의 표심을 자극해 총선에 역풍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서둘러 차단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4년 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은 ‘180석 확보’를 호언했지만, 결과는 참패를 면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총선 뒤 반성문에서 “친박-비박 간 극심한 공천 갈등을 겪으면서 ‘옥새파동’을 낳은 오만이 참패를 불렀다”고 썼다.
민주당이 유 이사장 발언에 대한 경계에 나선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떤식으로든 민주당과 유 이사장이 총선판에서 엮이는 것은 좋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유 이사장은 줄곧 ‘조국 옹호’를 외쳐와 조국과 한 묶음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터에 유 이사장의 180석 발언은 미래통합당이 총선 구도로 내세우는 ‘정권 심판’ ‘조국 심판’ 프레임에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유 이사장의 발언은 또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중도층, 부동층 표심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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