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이름도 무기다…K방산 브랜드 시대

입력 2020-04-12 18:04   수정 2020-04-13 00:51

한화디펜스가 개발 중인 미래형 장갑차 브랜드 ‘레드백(Redback)’은 호주 토착 독거미인 ‘붉은배과부거미’의 이름을 따왔다. 강력한 독을 품고 있어 새와 뱀까지 사냥하는 포식자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첨단 시스템을 탑재해 강력한 전투력을 갖춘 장갑차라는 걸 강조하면서 발주처인 호주의 자주국방 정책과도 어울리는 브랜드명을 고심했다”고 설명했다.

레드백 장갑차가 작년 9월 호주군 미래형 궤도 장갑차 획득 사업에서 최종 후보 명단에 오른 데 이어 405억원 규모의 시제품 3대 납품 계약을 맺은 데는 브랜드 전략이 영향을 끼쳤다고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최종 수주 여부는 내년 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산업체들이 신무기 브랜드를 내세워 해외 마케팅을 펼치는 실험에 나섰다. 내수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수출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다. 한화시스템은 개발 중인 드론 감시용 레이다 브랜드명을 사내 공모로 정하기로 했다. 발주 기관이 아니라 사내에서 드론 감시용 레이더 브랜드를 기획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측은 드론을 무력화시키는 안티 드론 세계 시장 규모가 2019년 5억달러 수준에서 2024년까지 23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낸다는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은 작년에도 열영상 카메라 브랜드명을 빼어난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퀀텀 아이(eye)’로 정했다. 사내 공모를 통해 새 이름을 갖게 된 퀀텀아이는 중동, 동남아시아를 집중 공략 시장으로 삼고 있다.

방산업계가 해외 매출을 올리는 데 집중하는 이유는 국내 수주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방산 수주만으론 이익을 내기 어려워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디펜스는 작년 3800억원이었던 해외 매출을 2025년까지 1조9000억원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작년 기준 13%가량인 해외 매출 비중도 2025년에는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LIG넥스원도 2016년 6.1%였던 해외 매출 비중을 3년 만인 지난해 12.8%로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대표 토종 무기인 K9 자주포도 해외에 나갈 때는 브랜드가 달라진다. 한화디펜스는 2017년 K9자주포를 인도에 수출할 때 ‘K9 바지라’라는 브랜드를 앞세웠다. 힌디어로 천둥이라는 뜻을 가진 바지라는 인도 고대 신의 무기 이름이다. 인도 정부는 당초 올 11월 실전 배치하기로 했던 K9 바지라를 지난달 배치했다.

회사 이름이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LIG넥스원은 인도·아랍에미리트(UAE) 등 해외 전시회에서 ‘LIG넥스원’을 앞세워 홍보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LIG넥스원이라는 사명이 무기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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