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지난 9일 봄 정기세일 기간(4월 3~7일)에 명품 판매가 늘었다며 이런 제목을 달아 보도자료를 냈다. 식품, 여성복, 스포츠 등 대부분 품목의 매출이 줄었지만 명품만은 예외였다는 내용이었다.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날 명품 판매가 늘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0일자로 면세점을 중심으로 명품 브랜드들이 전반적인 불황을 겪고 있으며, 일부에선 철수설까지 돌고 있다고 보도한 내용과 다르다. 그렇다면 과연 백화점 명품 매장은 불황 무풍지대일까.
롯데백화점은 이달 초 정기세일 기간 닷새 동안 전년 동기 대비 전체 매출은 15.4% 줄었지만 해외 시계·보석 매출은 27.4% 늘었다고 발표했다. 신세계도 4월 3일부터 9일까지 7일간 전체 매출이 13.8% 빠졌지만 명품 판매는 1.0%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반짝 세일로 인한 ‘착시’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의 2, 3월 명품 매출은 하향 곡선이었다. 2월엔 지난해보다 6% 줄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본격화된 3월엔 19.3%나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도 3월 명품 매출이 작년보다 10.7% 줄었다.
그러던 게 정기세일 기간 잠깐 늘어난 것이다. 여기엔 백화점 측의 마케팅 지원이 한몫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정기세일 때 할인 판매를 하지 않는다. 명품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매출이 줄어도 ‘노세일’ 전략을 고수한다. 대신 백화점이 나서 상품권 증정 같은 프로모션으로 명품 브랜드 판매를 지원했다. 300만원, 500만원 이상 물품 구입 시 5%, 1000만원 이상을 사면 6%를 적립해주거나(롯데백화점), 제휴 카드로 구입비용의 5%를 상품권으로 돌려주는(신세계백화점) 식이다. 비용은 백화점이 떠안았다. “명품 매출이 늘어난 데는 코로나19 사태로 결혼식을 축소한 커플들이 결혼 예물만큼은 좋은 것으로 장만하기 위해 백화점을 찾은 이유도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백화점 명품 브랜드들의 어려움은 관광객 수가 급감해 존폐 기로에 서 있는 면세점 브랜드들보다는 나을지 모르지만 ‘불패 신화’나 ‘불황 무풍지대’라고 부를 상황은 아니라는 게 공통적인 견해다.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백화점 측이 명품 불패를 주장하는 보도자료를 낸 데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비심리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진출 후 처음 느끼는 심각한 불황’ ‘몇몇 중저가 명품 브랜드에서 한국 철수설이 나오고 있다’ 등 명품업계의 흉흉한 소문은 백화점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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