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단독] KDB생명 10년만에 팔린다.. JC파트너스 우협 선정 예정

입력 2020-04-13 07:42   수정 2020-04-13 07:46

≪이 기사는 04월12일(15: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의 '아픈 손가락' KDB생명이 10년 만에 새 주인을 찾게 됐다.

12일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KDB생명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은 조만간 중견 사모펀드 JC파트너스를 KDB생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예정이다.

JC파트너스는 KDB생명 지분 92.73%를 2000억원 안팎의 값을 주고 산 뒤 약 3000억원 가량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총 거래규모는 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KDB생명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JC파트너스는 오릭스PE를 15년간 이끌어 온 이종철 대표가 2018년 독립해 차린 PEF다. 설립 1년만에 MG손해보험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여러 건 성사시켰다.

산은은 2014년부터 3차례나 이 회사를 팔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작년 초 KDB생명 매각 계획을 다시 공개했을 때도 시장에선 저금리 기조와 고령화, 부실 가능성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이동걸 산은 회장이 "시장이 원하는 가격에 팔겠다"는 원칙을 확고히 유지하고, 국정감사 등을 통해 2000억원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인수 후보가 나타났다.

지난 2~3월 실사와 경영진 면담 등을 마친 JC파트너스는 향후 글로벌 PEF 칼라일과의 협업을 통해 KDB생명을 일반 생명보험사에서 공동재보험사로 차츰 바꾸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 매각 측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동안 4번째 매각 시도 끝에 '성공'
KDB생명의 전신은 금호생명이다. 1988년 광주생명으로 출발해 아주생명 시절을 거쳐 1996년 금호그룹이 인수하면서 금호생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금호그룹 2000년대 들어 급속히 성장했지만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해서 인수하면서 2009년 말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실사 등 아무런 절차 없이 갑작스레 금호생명을 떠안아야 했다.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출자한 사모펀드(PEF)를 통해 2010년 3월 인수했고, 6월에 KDB생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KDB생명은 금호생명 시절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팔았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후 양적완화(QE) 조치 등으로 전 세계는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 자꾸만 부실이 커졌고, 부실이 커지면서 고객들은 등을 돌렸다.


산은은 지난 10년간 이 회사를 매각하려고 여러 차례 애썼다. 2014년에 펀드 만기를 앞두고 출자자(LP)인 국민연금의 요구로 두 차례, 2016년에 한 차례 각각 매각을 시도했지만 응찰자는 한두곳에 그쳤고, 지불하겠다는 가격이 산은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산은이 그동안 매각에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투입비용을 회수해야 한다'는 집착이었다. 유상증자를 거듭하면서 산은이 쓴 돈은 1조원을 넘는다. 장부상 순자산가치(자본)로 봐도 1조249억원짜리다. 헐값매각 논란을 피하려면 장부가(PBR 1) 이상에 팔아야 한다는 방어적 논리였다.

하지만 보험사의 장부가는 이미 시장에서 의미를 잃었다. 삼성생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5, 한화생명은 0.1에 불과하다. 지난 10일 매각이 결정된 푸르덴셜생명은 자산이 깨끗하다는 평가를 받는데도 PBR 0.8 수준에 팔렸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작년 가을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은 "시장에서 (KDB생명의 구주) 매각가격을 2000억~8000억원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시장은 '2000억원'에 주목했다. '그 정도를 쓰면 받아주겠다'는 속내를 읽은 것이다. JC파트너스가 제시한 구주가격도 2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JC파트너스는 이외에 신주 유상증자로 3000억원 가량을 추가로 납입할 예정이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약속한 것도 이 회장의 '유연한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그는 작년 6월 이사회에서 경영진에 매각 성공시 최고 45억원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KDB생명의 구주 가격이 6200억원을 넘어야 하는데 이번 매각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성사돼 실제 인센티브가 지급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JC파트너스의 공동재보험사 구상은
이종철 JC파트너스 대표는 오릭스PE 대표 시절부터 대한생명, 미래에셋생명에 투자하는 등 보험업 투자 경험이 많다. 작년에는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MG손해보험을 2000억원 유상증자하는 조건으로 사들인 경험이 있다.

JC파트너스는 KDB생명을 장기적으로 공동재보험(co-insurance) 회사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공동재보험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저축보험료의 일부를 재보험사에 넘겨서 운용하는 것이다.

지금도 재보험사가 있지만, 위험보험료를 주고 문제가 생겼을 때 보상을 받는 '보험사의 보험사'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공동재보험 제도는 위험보험료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이미 받은 돈으로 형성된 자산 및 부채와 정기적으로 고객이 지급하는 돈(저축보험료)을 재보험사에 넘기는 것이다. 원보험사는 일정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그 대가로 보험상품에 내재된 손실 위험을 재보험사에 전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선 보험사가 위험을 방어하기 위해 다시 보험에 드는 전통적 재보험만 허용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을 통해 공동재보험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고, 지난 1월말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공동재보험을 허용하면 국내 보험사들이 금리가 더 떨어지는 데 따른 위험과 해약 위험 등도 보험 위험과 함께 재보험사에 넘길 수 있고, 나아가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건전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은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의 크기를 계산한 것인데, 공동재보험에 들어 자산 및 부채를 이전하면 요구자본(분모)가 감소해 RBC 수치를 높일 수 있다. 발표 당시엔 4월께 도입 예정이라고 했지만 아직 시행령 및 규칙 등 세부 사항이 갖춰지지 않아서 실제론 조금 더 걸릴 예정이다.

◆칼라일 재보험부문과 파트너십
KDB생명을 공동재보험사로 바꾸겠다는 구상은 이러한 정책적인 변화를 활용하려는 것이다. KDB생명은 지금까지 일반적인 생명보험사로서 고객의 보험료를 받아서 운용한 뒤 계약에 따라 지급해 왔다.

그동안 KDB생명이 직면한 딜레마는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재무적으로도 튼튼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고객은 더 높은 금리나 더 후한 보장을 약속할 때만 KDB생명에 가입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보험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규제 때문에 재무적으로 튼튼하지 않은 보험사일수록(RBC 비율이 낮을수록) 장기 국채 등 안정성이 높은 자산 위주로 자금을 운용해야 한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와 안정성(낮은 수익률)을 추구해야 하는 운용상의 제약이 충돌한다. 악순환에 빠지는 구조다.

JC파트너스는 KDB생명의 업(業)을 바꿔 이 딜레마를 벗어나겠다는 구상을 내세웠다. 기존 고객에게 약속한 보험금은 당연히 지급한다. 하지만 신규 영업을 차츰 줄여가면서 단계적으로 현재 국내 보험사들의 자산과 부채를 이전받아 운용하는 공동재보험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전통적 재보험은 1년마다 계약이 갱신되지만, 공동재보험은 장기계약이 가능하다. '보험사 전용 자산운용사'가 되는 것에 가깝다. 공동재보험사는 원보험사들과 체결한 장기 계약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공동재보험사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해서 다른 보험사들이 쉽게 KDB생명에 자산을 넘겨주리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해외에서 재보험을 해 본 경험이 있는 회사와 같이 하는 게 중요하다. JC파트너스가 '칼라일과의 협업'이라는 카드를 내세운 이유다.

칼라일은 보험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보험사 인수가 장기 자산운용업의 토대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칼라일은 이후 국내 보험사들과 공동재보험및 해외자산운용의 전략적 협업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일이 갖춘 재보험 역량과 자산운용 능력을 활용하면 국내 보험사의 건전성 개선과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JC파트너스의 구상이다.

산은 관계자는 다만 “JC파트너스가 단독으로 실사를 마치긴 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 확정까지는 추가 절차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JC파트너스가 KDB생명 인수를 위한 펀드 출자자 모집을 마무리하는 것도 숙제다. JC파트너스는 주요 연기금 및 전략적 투자자(SI)들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은/임현우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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