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외전’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오락적 요소를 더해 통쾌한 희극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2012년 LG아트센터에서 초연한 이후 8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연극 ‘칼로 막베스’ ‘푸르른 날에’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뮤지컬 ‘아리랑’,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에서 보여준 고선웅 특유의 파격과 풍자, 해학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다.
기본 설정은 원작과 동일하다. 리어왕과 세 딸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리어는 왕좌에서 물러나며 세 딸 거너릴, 리이건, 코넬리아의 효심을 평가해 통치권과 영토 소유권을 양도하려 한다. 가장 사랑하는 막내딸 코넬리아는 자식으로서의 의무는 사랑과 존경뿐이라며 리어를 실망시킨다. 거너릴과 리이건은 아버지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지만 곧 리어를 쫓아낸다.
고 연출가는 이런 원작을 과감하게 비틀어 독특한 무대를 꾸며낸다. 연출 특유의 언어유희가 랩을 하듯 쏟아지는 ‘속사포’ 속에 가득 담긴다. 코러스를 내세워 무대를 박진감 있게 만든다. 캐릭터도 다르다. 원작에선 실성한 듯 나약해 보였던 리어가 이 작품에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말도 파격적이다. 이를 통해 부모와 자식 간 관계와 갈등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제시한다. 무대는 고대 그리스 비극을 연상시키는 장치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15년차 극단이 된 극공작소 마방진 소속 배우들의 연기 호흡이 기대를 모은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하성광이 리어를 맡았다.
공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축소됐다. 원래 총 11회차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8회로 줄었다. 관객의 앞과 뒤, 양옆 좌석을 비우는 ‘거리두기 좌석제’도 적용했다. 공연은 오는 19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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