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꿈틀대는 글로벌 합종연횡…산업판도 대변화에 대비해야

입력 2020-04-13 18:28   수정 2020-04-14 00:1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생산공장 10곳 중 7곳이 ‘셧다운(가동중단)’되면서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생존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자동차 판매량도 뚝 떨어졌다. 코로나 사태가 2~3개월 내 종식되더라도 생산과 수요가 금방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위기가 장기화하면 자동차는 물론 전체 산업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

경쟁기업과 손을 잡아서라도 살고 보자는 합종연횡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자동차산업에서는 이탈리아와 미국의 합작기업인 FCA그룹과 프랑스 PSA그룹이 합병 완료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완성차 업체 간 신차 공동개발도 증가 추세다. 수요 위축에 직면한 조선, 철강, 에너지, 항공도 다를 게 없다. 기업 간 짝짓기는 필연적으로 산업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다.

각국 자본이 코로나19로 자금난에 처한 외국기업 사냥에 나선 것도 큰 변수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차이나머니가 대표적이다. 이달 들어 중국 기업과 펀드의 해외 기업 및 자산 인수합병(M&A)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전언이다. 주식과 회사채 가격이 폭락한 기업들이 대상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이 전략산업으로 지정한 자동차, 에너지, 인프라, 정보기술(IT) 등에서 먹잇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일본의 자국기업 유턴 지원정책도 주목할 만하다. 부품 공급 중단으로 생산 차질이 심각해지면서 중국 등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조달처 다변화가 당면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본은 중국을 떠나려는 자국 기업의 유턴을 돕기 위해 2435억엔(약 2조7170억원)의 예산을 긴급 편성했다. 미국도 중국을 벗어나길 원하는 자국 기업의 이전비용을 100% 지원하는 파격적인 유턴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미·일의 움직임은 ‘코로나 이후’ 산업 판도를 능동적으로 주도하려는 신호로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대응이다. 국내 기업들이 어떻게든 살아남고 미래를 준비하려면 글로벌 합종연횡 카드도 선택지에 넣어야 한다. 국내 기업이 중국의 사냥감이 되지 않게 하려면 정부가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유동성 공급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코로나 위기 극복은 물론이고, 그 이후까지 감안할 때 유턴 지원 강화도 시급하다. 대기업이라고 지원에 차등을 두거나 수도권 규제를 고집하지 말고 기업이 유턴의 필요성을 느낄 때 정부는 파격적인 지원으로 화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페이스북에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곁에 있는 공장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고 올린 글이 눈길을 끈다. 어려워도 국내에서 사업을 해온 수십만 제조기업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면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으면 된다. 임박한 글로벌 산업판도 변화에 휩쓸려가지 않고 선제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산업정책의 ‘큰 그림’을 공유하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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