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이동통신사 SK텔레콤과 최대 게임회사 넥슨이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게임사업 협력을 위해 손잡았다. 가상현실(VR)·클라우드 게임 등 5G 기반 실감 미디어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다.
VR·클라우드 게임 협력
SK텔레콤과 넥슨은 13일 양사가 보유한 콘텐츠와 상품을 공동으로 마케팅하고 투자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텔레콤의 5G 콘텐츠 서비스 경험과 넥슨의 게임 제작 역량을 결합해 게임 콘텐츠를 강화하고, 5G 이용자 대상의 실감 미디어 서비스도 늘려갈 계획이다. 양사는 VR과 클라우드 게임 영역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는 등 사업협력 분야를 확대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먼저 모바일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출시하면서 공동 마케팅에 나선다. 이 게임은 넥슨의 인기 IP(지식재산권) 카트라이더의 모바일 버전이다. 올 상반기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베트남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카트라이더의 인기 캐릭터 ‘다오’와 ‘배찌’를 활용한 ‘크레이지월드 VR’ 게임의 베타 서비스를 지난 2월 시작했다. 보완 작업을 거쳐 곧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e스포츠 분야에서도 협력한다. 올해 1월 시작한 넥슨의 카트라이더 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SK텔레콤이 맡았다. SK텔레콤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서 카트라이더 경기를 생중계하고 관련 동영상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번 협력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내세운 키워드 ‘초협력’과 일맥상통한다. 다양한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부족한 5G 기반 콘텐츠를 개발하겠다는 뜻이다. 박 사장은 지난달 26일 주주총회에서 “영역과 경계를 벗어나 국내외 1등 기업들과 전방위적으로 ‘초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는 작년 2월 5G VR 게임 제작을 위해 한 차례 손잡기도 했다. 당시는 넥슨이 자사 IP를 SK텔레콤에 제공하는 선에서 그쳤다. 이렇게 나온 게임이 ‘크레이지월드 VR’이다. 올해는 협력 강도를 한층 높였다. SK텔레콤은 넥슨의 IP와 게임 제작 역량이 필요하다. 5G 서비스를 상용화한 지 1년이 지난 만큼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더 많은 콘텐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넥슨은 새롭게 조성되는 VR 게임 시장에서 SK텔레콤의 플랫폼을 발판 삼아 게임을 안정적으로 유통할 수 있다.
김현 넥슨 사업총괄 부사장은 “SK텔레콤과의 파트너십은 넥슨의 경쟁력을 한층 높이고 다른 게임사와의 ‘초격차’ 만들기에 힘을 보탤 기회”라며 “양사가 긴밀히 협력해 이용자에게 새로운 재미와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5G 실감 미디어 시장 선점 경쟁
SK텔레콤과 넥슨이 손잡으면서 VR·클라우드 게임 등 5G 실감 미디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통신 3사 모두 VR·클라우드 게임을 5G 서비스의 ‘킬러 콘텐츠’로 키우고 있다. 전진수 SK텔레콤 5GX서비스사업본부장은 “VR과 클라우드 게임 등장으로 게임 분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클라우드 게임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함께 내놓은 시범 서비스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에선 96종의 게임을 제공한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이용하면 PC·콘솔기기에서 가능한 고성능 게임을 통신망을 통해 스마트폰에서 즐길 수 있다. 게임 실행에 필요한 연산은 클라우드 서버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초고속·초저지연 통신이 필요해 5G 서비스의 핵심 콘텐츠로 손꼽힌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세계 클라우드 게임 시장 규모는 2018년 3억8700만달러(약 4710억원)에서 2023년 25억달러(약 3조440억원)로 5년 새 여섯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다른 통신사도 VR·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를 독점 제공하고 있다. KT는 해외 업체와 손을 잡는 대신 자체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이승우/김주완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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