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티픽 리포트』 온라인판 3월 27일자 발표 “제어·유도 쉽고, 친환경·간편 흡착 가능”
국내 연구진이 실리카(이산화규소)를 나노 입자로 합성해 1급 발암물질인 ‘6가 크롬’을 친환경적이면서도 간편하게 흡착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과정을 통해 6가 크롬은 유독성이 낮은 3가 크롬으로 환원될 수 있어 친환경 신기술로 평가된다.
부산대학교(총장 전호환)는 화학공학·고분자공학과 정성욱 교수 연구팀이 독성물질인 ‘6가 크롬’을 제거할 수 있는 다공성* 실리카 나노 입자의 합성 방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친환경적이면서도 간편한 신기술로, 나노 소재 기반의 고효율 흡착제 개발 가능성을 시사한다.
부산대 정성욱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자연과학 전문지 『네이처(Nature)』의 학술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온라인판에 지난 달 27일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부산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과의 석박통합과정 대학원생인 장은혜 학생이 제1저자, 연구 책임자인 정성욱 교수가 교신저자, 김일 교수가 공동저자로 수행했다. 고려대 생명정보공학과 백승필 교수도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크롬’은 산업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금속 원소 중 하나다. 내열성, 내부식성, 전기 저항성 등이 강해 전기 도금, 염색, 페인트, 금속 마감, 가죽 태닝, 사진 및 섬유 산업 등 많은 분야에 이용되고 있다.
산화수가 +6인 ‘6가 크롬’은 생물종에 알레르기 반응, 피부염, 천식, 또는 피부 화상을 일으키며 폐암 및 신장암, 기관지암을 일으키는 매우 유독한 발암물질이다. 6가 크롬은 수성 환경에서 3가 크롬의 100배 이상 독성을 지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에 ‘저에너지 소비를 통한 높은 제거 효율’을 가지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흡착 방식을 이용한 6가 크롬 제거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지만, 이전의 흡착제는 비표면적*이 낮고 화학적 기능이 많지 않아 크롬 제거 효율과 선택성에 한계가 있었다. 이같은 난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높은 비표면적과 다양한 화학적 기능성이 구현된 새로운 흡착제의 개발이 요구돼 왔다.
이번에 개발한 나노 입자 합성 방법은 지각(地殼)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성분인 실리카를 사용해 친환경적이면서도 간편하다. 구조적 제어와 화학적 기능성 유도가 매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나노 입자를 구조적으로 제어해 내부에 다공성을 유도함으로써 높은 비표면적을 구현했고, 6가 크롬의 흡착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아민기(amine group)*와 같은 화학적 작용기(functional group)** 유도를 성사시켰다.
연구팀은 이제까지 제시되지 않았던 체계적인 구조 및 화학 분석 방법을 통해 다공성 실리카 나노 입자의 6가 크롬 흡착 과정을 규명하고, 최대 흡착-제거 효율을 얻을 수 있는 실험의 최적화 조건을 발견했다. 재사용 횟수에 따른 제거 효율 측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흡착제 구현에 관한 연구도 진행했다.
시간에 따른 제거 효율 측정을 통해 흡착 과정의 반응동역학적 모델 및 열역학적 수치들을 체계적인 구조 및 화학 분석 방법을 통해 얻어 냈고 부가적 에너지 없이 상대적으로 독성이 적은 3가 크롬으로 변환하는 화학적 과정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연구책임을 맡은 정성욱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친환경적이고 간편하게 합성할 수 있으며 구조적 제어와 화학적 기능성 유도가 용이한 다공성 실리카 나노 입자의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공정 기술로 응용할 수 있다”며 “기존에 제시되지 않았던 체계적인 구조 및 화학 분석 방법은 차세대 나노 소재 기반의 흡착제 설계 및 6가 크롬과 다른 중금속 물질의 흡착을 통한 포집-제거 효율의 극대화에 필요한 핵심적인 화학적 구조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독성이 강한 6가 크롬을 부가적 에너지 없이 상대적으로 낮은 독성을 가지는 3가 크롬으로 변환하는 화학적 과정의 근본적인 이해가 재생 가능한 친환경 흡착 소재 개발에 필수적인 기반 지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