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의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아 공시송달로 재판을 진행했지만 피고인이 재판이 진행됐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을 경우 다시 판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시송달은 재판 당사자의 주소 등을 알 수 없을 경우, 소송 서류를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2주간 게시하면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대법원 3부 (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수원의 한 술집에서 술값 문제로 다투다 업주와 경찰관 등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일용 노동자인 A씨는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아 법원이 보낸 서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1심은 공시송달로 A씨가 불출석한 상태로 재판을 진행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2심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소송촉진법 제23조에 따르면 공소장 등의 전달이 불가능하다는 '송달불능 보고서'가 법원에 접수된 지 6개월이 지나면 재판부는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A씨는 본인이 기소된 줄도 몰랐다가 뒤늦게 유죄 판결선고를 안 후 상고권 회복 청구를 냈고 법원은 "A씨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상고기간 내 상고를 하지 못했다"며 상고권 회복 결정을 내렸다.
소송의 쟁점은 소송촉진법 제23조에 따라 불출석 재판이 진행됐을때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석하지 못한 경우 재심청구가 가능한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1·2심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 한 상태서 재판을 진행했다"며 "항소심 판결은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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