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의 유일한 뉴타운인 송파구 거여·마천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뉴타운 지정 15년 만이다. 무더기로 지정이 해제됐던 구역들은 하나둘 재지정 절차를 밟고 있다. 구역 내 재개발을 마친 첫 아파트가 곧 입주하는 데다 인근 위례신도시와 하남 감일지구 분양이 성공리에 이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해제 구역 하나둘 ‘부활’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거여·마천뉴타운3구역에 대한 일몰기한 연장이 지난 7일 도시재정비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지난 3월 2일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하지 못해 구역이 해제될 위기에 놓였다가 주민들이 기한 연장을 신청한 게 극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최창용 마천3구역 추진위원장은 “일몰 연장을 신청한 이후 보름 만에 조합설립 동의율 75%를 충족했다”며 “다음달 창립총회를 열고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천3구역은 마천동 283 일대 약 13만㎡를 재개발해 새 아파트 2400여 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추진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8년 구역지정을 받았지만 건축물 노후도 산정 근거가 부족하다는 소송이 제기되면서 2013년 추진위 승인이 취소되고 구역도 해제됐다. 2017년 어렵사리 구역 재지정이 이뤄졌지만 다시 송사가 불거졌다. 최종 승소한 건 지난해 9월이다. 조합 관계자는 “소송 때문에 아까운 7~8년을 허비했다”며 “사업이 정상화되자 이젠 반대파들도 조합설립 동의서를 내고 있다”고 했다.
이 일대 다른 구역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서울시가 추진하던 ‘뉴타운 출구 전략’ 과정에서 무더기로 구역에서 해제됐다가 하나둘 재지정 절차를 밟는 중이다. 마천1구역은 해제 6년 만인 지난 1월 정비구역으로 다시 지정됐다. 주민 75%가 사업 재추진에 동의하고 추진위 승인을 준비 중이다. 역시 재지정을 추진 중인 마천2구역도 동의율을 70%대로 끌어올렸다. 존치관리구역으로 지정된 마천성당지역(마천5구역)은 주민 제안으로 단독주택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을 송파구청에 요청한 상태다.
재추진 구역 가운데 사업이 가장 빠른 곳은 마천4구역이다. 2018년 7월 일몰 기한을 한 차례 연장하면서 기사회생한 이 구역은 역세권 개발로 방향을 틀고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했다. 이르면 오는 6월께 인가가 이뤄지고 연말께 시공사 선정에 나설 전망이다. 마천동 A공인 관계자는 “마천4구역은 용적률 300%를 적용받아 조합원 수 대비 일반분양이 많아 수익성이 좋다”며 “우수디자인 인증으로 발코니 삭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새 아파트의 실사용 면적도 다른 곳보다 넓다”고 설명했다.
“지분가격 3.3㎡당 1억원”
거여·마천뉴타운은 송파구 거여동과 마천동 일대 약 100만㎡에 걸친 강남권 유일의 뉴타운이다. 2005년 3차 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노후도 요건 등을 충족하지 못한 구역이 많았던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사업이 잇따라 좌초했다.
그나마 개발이 진행된 곳은 거여동 주변이다. 옛 거여2·3구역은 노후도를 맞추기 위해 하나의 구역으로 합쳤다가 다시 분리됐다. 가장 빠르게 사업을 추진했던 거여2-2구역 ‘e편한세상송파파크센트럴’은 오는 6월 입주한다. 2022년 1월 집들이가 예정된 거여2-1구역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은 지난해 9월 일반분양에서 54.9 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몇 년 새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오른 데다 위례 등 분양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투자자들의 입질이 늘고 있다. 위례트램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주변 기반 시설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거여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투자자 비중이 높아지면 사업이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며 “손바뀜이 늘어나 토지 등 소유자 가운데 투자자 비율이 60%를 넘는 구역도 있다”고 했다.
지분 가격은 주변 신축 아파트값에 맞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마천4구역의 대지지분 25㎡짜리 빌라는 매매가격이 7억2000만원 안팎이다. 예상 권리가액(종전자산평가액)이 2억7000만원인 물건을 총 7억2000만원을 들여 매입하는 것으로 4억5000만원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마천3구역에선 올초 대지지분 16㎡ 반지하 매물이 5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3.3㎡당 1억원을 웃도는 가격이다. 소송이 정리된 이후 지분 가격이 1억~1억5000만원 정도 뜀박질했다. 김정현 세계로공인 대표는 “강남권 재건축을 알아보다 가격이 높아 이곳으로 온 투자자가 상당수”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최근에는 관망세가 짙어졌다”고 전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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