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는 13일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5월 인도분 원유 공식 판매 가격(OSP)을 낮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주요 벤치마크인 오만·두바이유 평균 가격 대비 배럴당 3.65~7.40달러씩 내렸다. 아람코는 대표 유종인 아랍경질유를 오만·두바이유 평균가보다 배럴당 7.30달러 낮춰 팔기로 했다. 지난달 책정한 4월 인도분 할인폭보다 배럴당 4.20달러 낮은 수치다. 에너지정보 분석업체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글로벌플래츠는 “당초 시장은 할인폭을 6.7달러 정도로 예상했는데 할인폭이 이보다 크다”고 분석했다.
아람코는 올 2월엔 아시아로 수출하는 아랍경질유 가격(3월 인도분)을 오만·두바이유보다 2.9달러 높게 책정했다. 불과 2개월 만에 벤치마크 대비 할인폭을 10.2달러 낮춘 셈이다.
아람코는 아시아와 달리 미국 및 유럽 인도분에 대해선 현상 유지 또는 소폭 인상하기로 했다. 5월 미국 인도분 아랍경질유는 기준 유종 대비 배럴당 0.75달러만 낮추기로 했다. 전달 할인폭이 배럴당 3.75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3달러씩 올린 셈이란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가 주요 수출처인 아시아를 대상으로 판매 가격을 내린 것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경제 활동을 재개할 조짐을 보이자 적극적인 가격 공세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이달부터 원유 정제 처리량을 전달 대비 10% 늘렸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상품전략본부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을 의식해 미국에는 가격을 올렸으나 주요 수출처인 아시아엔 되레 가격을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앞서 아람코는 5월 인도분 판매 가격 발표를 수차례 미뤄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 및 기타 산유국 10개국 간 연합체(OPEC+)의 감산 협상 결과를 기다렸다는 관측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람코가 아시아에 대한 수출 가격을 낮춰 OPEC+의 최근 감산 합의에 따른 유가 인상분을 일부 상쇄하게 됐다”며 “감산에 합의하고서도 시장 점유율 쟁탈전을 벌일 의지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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