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결과에 따라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潛龍)들의 명운도 엇갈릴 전망이다. 승패에 따라 대권행 급행열차에 올라탈 수도 있고, 정치 생명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2년 뒤 예정된 20대 대통령 선거를 향한 출발선이 달라지는 셈이다.
與, 대권 레이스 시작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여권에서 가장 먼저 대권가도에 올랐다는 평이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출마하며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한 이 전 총리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국구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또 다른 여당의 대권 경쟁자인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존재감을 나타냈지만, 향후 2년간 중앙 정치무대에서 주목받을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다. 이 전 총리에게는 기회인 셈이다.
이 전 총리가 대선까지 순항하기 위해서는 당내 최대 세력인 친문(친문재인)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민주당 내 주류인 친문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이 전 총리로선 적군보다 아군과의 싸움이 더 힘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전 총리가 지원한 후보들이 최종 개표 결과 얼마나 당선될지도 변수다. ‘친이낙연계’가 당내에서 세력화할 수 있을지 가늠자가 되기 때문이다.
여권 대권주자 명단에 항상 이름을 올린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선거 결과에 따라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대구 수성갑에서의 승패가 단기적으로 김 의원의 행보에 제약을 끼칠 수는 있다. 하지만 여권 내 영남 출신 인사라는 점,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이라는 점은 대권에 도전하는 김 의원에게는 여전히 강력한 무기다.
보수 대권주자 경쟁도 본격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향후 입지는 안갯속이다. 통합당의 최종 의석수에 따라 황 대표의 명운도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당이 이번 선거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면 일단 책임론에서 비껴갈 수 있다. 다만 공은 황 대표가 아니라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만약 ‘보수 쇄신’ 바람이 분다면 황 대표의 대권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합당 안팎에서 중도로의 외연 확장 요구가 커지면 ‘친박(친박근혜)’ 부분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황 대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이 경우 유승민 통합당 의원이 차기 대권주자로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 의원이 창당한 새로운보수당은 총선 전 통합당과 합당했다. 통합당 내 유 의원의 지분이 적지 않다는 평이다. 유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황 대표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50만원 지급’ 주장에 대해 “악성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의 공범이 될 수 없다”며 각을 세우기도 했다. 최종 개표 결과 새보수당 출신 의원들이 얼마나 원내에 입성하느냐에 따라 유 의원에게도 힘이 실릴 수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회에 입성하더라도 향후 대권 도전이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통합당이 무소속 인사를 복당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인 데다 홍 전 대표의 강한 이미지가 보수 외연 확대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安, 존재감 증명했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을 연장하게 됐다.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두 달도 안 돼 원내 정치인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개인기가 통했다’는 평가다. 다만 안 대표에 대한 평가는 최종 비례 의석수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비례 의석수는 16일 오후 5시 최종 확정된다. 전문가들은 국민의당이 5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당선시키면 선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당이 최종 득표율 10%를 넘고, 소속 비례 후보가 6명 이상 당선하면 성공적이라는 분석이다.
원외 인사인 안 대표가 유력 대권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통합당과의 합당 등 향후 예상되는 보수 진영의 정계 개편 흐름에 참여해야 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당이 1~2석에 그치면 안 대표는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 이상 의석을 얻으면 대권 국면에서 보수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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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현/고은이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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