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위기 속 중국 반도체 역습 "올 것이 왔다"

입력 2020-04-15 18:13   수정 2020-04-16 01:05

언젠가는 올 것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닥쳤다. 중국 최대 반도체기업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세계 최고 수준의 낸드플래시 반도체 ‘128단 3D QLC’ 개발에 성공했다고 공개한 것이다. YMTC는 미·중 무역충돌 속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전격 방문했던 기업으로, 중국 ‘반도체 굴기’를 상징하는 곳이다.

128단 3D QLC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하반기에 양산에 성공한 최첨단 제품이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1년 안팎으로 좁혀졌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한 ‘제조 2025’ 전략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이제는 1~2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더는 가볍게 볼 수 없게 됐다. 한국을 그대로 추격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경로 개척의 가능성까지 엿보이는 점도 위협적이다.

이뿐이 아니다. 중국보다 2년 이상 앞섰다는 D램도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등이 급성장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비메모리에서도 한국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중국과의 경쟁이 반도체 전 분야로 확대될 판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코로나 사태에다 중국의 맹추격까지 이중의 악재에 직면했다. 반도체에 1조위안(약 17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수요를 기술추격의 레버리지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 ‘초격차 전략’으로 기술 격차를 더 벌리는 수밖에 없다. 반도체는 수출의 약 18%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일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서 한국이 보유한 핵심 전략자산이다. 정부도 위기감을 갖고 반도체 생태계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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