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연극 축제 '서울연극제'…무관객·거리두기 좌석제로 치른다

입력 2020-04-15 17:45   수정 2020-04-16 01:18


올해 41회를 맞은 국내 대표 연극축제 ‘서울연극제’가 다음달 2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일대 공연장에서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규모를 대폭 축소해 개최한다.

서울연극제를 주최하는 서울연극협회는 이번 축제의 개막 행사와 시민 참여형 특별 프로그램을 모두 취소됐다. 본공연에선 관객의 앞뒤, 양옆 자리 등을 비우는 ‘거리두기 좌석제’를 시행한다. 실험극 25편을 소개하는 프린지 ‘서울창작공간연극축제’는 모두 무관객으로 열린다. 프린지 공연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서울연극협회 유튜브로 제공한다.

본공연에는 번역극 4편, 창작극 4편이 선정됐다. 시대와 사회의 아픔을 고스란히 견뎌내야 하는 개인과 집단의 고통을 다룬 작품이 많다. 극단 실한의 ‘혼마라비해?’(다음달 2~10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는 2013년 일본 아베 신조 정부가 재일 조선인 학생을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하자 학생들이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한 사건을 다룬다. 이를 통해 한국, 일본, 북한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경계인으로서의 삶을 그린다.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전쟁터의 소풍’(2~13일 한양레퍼토리 씨어터)은 전쟁터와 소풍이란 이질적 소재를 결합한 작품이다. 스페인 극작가 페르난도 아라발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극단 아어의 ‘죽음의 집’(2~13일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은 ‘연극계 시인’으로 불린 고(故) 윤영선 작가의 미발표 희곡이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에게 삶과 죽음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공연제작센터의 ‘달아달아 밝은 달아’(5~1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최인훈 작가의 동명 희곡을 무대에 올린다. 늙고 눈먼 심청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돌아본다. 드림플레이 테제21의 ‘만약 내가 진짜라면’(19~29일 한양레퍼토리 씨어터)은 1986년 중국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한다. 한 청년이 고위 간부 아들을 사칭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단 김장하는날의 ‘피스 오브 랜드’(9~29일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는 폭등하는 서울 아파트 가격, 반지하와 고시원 등에 몰린 청년 빈곤 등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르는 극단 수의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23~30일 대학로 소극장)는 학교 폭력, 노부모 부양, 성 소수자 고통 등 사회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지춘성 서울연극제 집행위원장은 “완성도 있는 공식 선정작을 통해 어려운 시기에 힘들어하는 시민과 연극계에 새로운 도전과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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